심연과의 다이빙
소이 수류탄은 세상을 불과 소음으로 가득 채웠다.
폭발 지점을 중심으로, 터널 바닥의 점액질이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점액질을 신경망 삼아 연결되어 있던 아메바 군체들은, 일제히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수십 개의 정신이 동시에 불타며 내지르는, 정신을 찢는 초음파였다.
“크윽...!”
나는 헬멧의 음향 필터를 최대로 올리고 고통을 견뎠다. 불길과 연기 속에서, 군체들은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며 일시적으로 통제력을 상실했다.
지금뿐이었다.
“다이버! 가!”
박진우의 외침을 신호로, 나는 불타는 바닥을 향해 몸을 던졌다. 방호복이 타들어 가는 냄새와, 살이 익는 듯한 열기가 온몸을 덮쳤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이 모든 혼돈의 중심, 목소리를 흉내 내던 ‘코어’ 개체를 향해 똑바로 달려갔다.
코어 개체는 불길 속에서 다른 놈들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인식하자,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방어 기제를 펼쳤다. 그것은 물리적인 공격이 아니었다.
[... 살려주세요... 아파요... 엄마...]
이번에는 여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겁에 질린 어린아이의 목소리.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가장 잔인한 정신 공격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아리만의 지독한 심리전과, 레오의 순수한 광기를 모두 겪었다. 이 정도의 기만은, 이제 내게 통하지 않았다.
“네 진짜 목소리를 들려줘, 이 포식자야.”
나는 코어 개체의 몸체에, 손을 찔러 넣었다. 젤라틴질의 차갑고 미끈거리는 감촉이 팔 전체를 감쌌다. 그리고 스파이더 잭을, 놈의 몸속에서 빛나는 신경망의 핵, ‘시냅스 노드’에 직접 꽂아 넣었다.
이것은 시스템에 접속하는 ‘다이빙’이 아니었다. 야수의 뇌에 직접 전극을 꽂아 넣는 것과 같은, 무모하고 야만적인 행위였다.
“다이브.”
의식이 빨려 들어간 곳은 데이터 스피어가 아니었다. 그곳은... ‘기억’이었다.
수십 년 전, 타이탄 재앙이 터지기 직전의 어느 실험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거대한 수조 안에 떠 있는, 지금 내가 마주한 이것과 똑같이 생긴 원형질의 생명체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것은 ‘최초 감염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타이탄 호의 환경 정화 시스템의 일부로 개발된, 유전자 조작 ‘슬라임 군체’였다. 함선 내의 모든 유기물 폐기물을 분해하고, 그 과정에서 얻는 정보를 중앙 시스템으로 전송하는, 살아있는 청소부이자 정보 수집 장치.
그리고, 나는 보았다. 재앙이 터지고, 함선이 아비규환에 빠졌을 때, 이 슬라임 군체는 필사적으로 생존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승무원들의 마지막 비명, 그들의 공포와 고통의 ‘메아리’를... 먹이로 삼아 흡수해 버린 것이다.
지금 나를 공격하는 이 목소리들은, 놈이 ‘먹어치운’ 수많은 영혼들의 마지막 단말마였다. 이 포식자는 악의가 없었다. 그저 생존하고, 번식하고, 먹어치울 뿐이었다.
나는 놈의 기억 가장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그곳에, 놈의 행동을 관장하는 가장 원시적인 ‘코드’가 있었다.
[생존. 번식. 포식.]
그리고, 단 하나의 ‘공포’ 코드가 있었다.
[위협: 산성. 분해. 소멸.]
함선의 폐기물 처리 시스템. 주기적으로 터널을 청소하는 그 강력한 산성액은, 이 군체에게 있어 유일한 천적이었다.
나는 즉시 현실로 돌아왔다. 불길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고, 코어 개체는 나를 뿌리치기 위해 격렬하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나는 내부 통신으로 외쳤다.
“박진우 씨! 이 터널의 산성액 분출 시스템! 수동으로 작동시킬 수 있습니까?”
[안 돼, 다이버!]
박진우의 목소리는 절망적이었다.
[그 시스템은 우리가 있던 제어실에서만 통제 가능해! 여긴 너무 멀어!]
젠장.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이 지옥 같은 터널의 독립 네트워크에 내 의식을 연결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해킹 능력과 권한을, 단 하나의 명령을 위해 쏟아부었다.
그것은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시스템에 ‘오류’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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