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떨어진 것은 단순한 조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질감 그 자체였다. 그녀의 낡은 강화마루 바닥과도, 집 안의 그 어떤 가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듯한 물질. 하진은 한참 동안이나 숨을 죽인 채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손톱만 한 크기. 표면은 상아처럼 매끄러우면서도 미세한 결이 보였다. 색은 순백색이었지만, 조명 아래서 이따금씩 섬뜩할 정도로 푸른빛을 머금는 것 같았다. 모서리는 날카롭게 깨져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부서진 가면의 파편.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백면도깨비가 민준이의 집에 남기고 간 흔적이자, 그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물리적 증거였다.
‘만져봐야 해.’
머릿속에서 이성이 경고등을 울렸다. 저것은 위험하다. 저 안에 무엇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진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파편을 집어 들었다.
손끝에 닿는 감촉은 기묘했다.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냉기 안에는 미세한 열감이 도는 것 같았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파편을 쥐는 순간, 아주 짧은 찰나, 파편이 아닌 거대하고 매끄러운 가면 전체를 만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가면 너머에서 느껴지는 끝없는 공허함과 경멸적인 웃음소리.
“큭...!”
하진은 저도 모르게 파편을 떨어뜨릴 뻔했다. 파편에 깃든 잔상만으로도 영혼이 깎여나가는 기분이었다.
‘누나, 아파?’
귓가에서 민준이의 목소리가 걱정스럽게 울렸다. 아이의 순수한 염려가 아니었다면, 하진은 아마 이 자리에서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아니... 괜찮아.”
그녀는 파편을 티슈로 조심스럽게 감쌌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작은 조각 하나가 지금 그녀가 가진 유일한 무기였다. 하지만 동시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기도 했다.
생각은 단 한 사람에게로 귀결되었다. 윤도진 형사.
그는 ‘서 씨 무당 가문’을 알고 있었고, ‘백면도깨비’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이 비현실적인 증거를 유일하게 진지하게 받아들여 줄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진은 결심했다. 더 이상 혼자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녀는 티슈로 감싼 파편을 작은 지퍼백에 넣고, 밤새 입었던 옷 그대로 집을 나섰다. 등 뒤에서는 여전히 서늘한 냉기가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붙고 있었다.
다시 찾아온 광역수사대 사무실은 전날보다 더욱 어수선했다. 윤도진은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에 파묻혀 있었다. 그의 눈은 더욱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책상 위에는 식어빠진 컵라면 용기와 빈 커피 믹스 봉지들이 널려 있었다. 하진의 등장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서하진 씨? 이 시간에 어쩐 일입니까. 혹시 어머니 소식이라도....”
“아니요.”
하진은 그의 말을 끊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어제 말씀하셨죠. 제가 다음 타깃일 수 있다고. 그리고... 유일한 목격자일 수도 있다고.”
그녀는 가방에서 지퍼백을 꺼내 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윤도진의 시선이 지퍼백 안의 하얀 조각에 닿았다.
“이게 뭡니까.”
“어머니를 데려간 놈... 백면도깨비가 남긴 흔적이에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