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소리는 이성이 지배하는 세계의 마지막 비명처럼 들렸다. 경찰차는 붉고 푸른 경광등을 무질서하게 흩뿌리며 밤의 동맥을 갈랐다. 하진은 조수석에 앉아 핏기 없는 손으로 축축한 안전벨트를 쥐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서울의 야경은 더 이상 욕망이 들끓는 인간의 도시가 아니었다.
거대한 빌딩들은 신과 도깨비가 내려다보는 제단처럼 보였고, 까맣게 흐르는 한강은 모든 원혼을 삼켜버릴 듯한 거대한 아가리처럼 느껴졌다. 문명이 씌워놓은 얇은 껍질 아래, 이 도시는 태고의 공포가 꿈틀거리는 영적 전쟁터였다.
운전대를 잡은 윤도진의 옆모습은 정교하게 조각된 화강암 같았다. 단단하게 닫힌 입술, 도로의 끝을 응시하는 흔들림 없는 눈동자. 그는 하진에게 단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격렬한 폭풍우에 휩싸여 있었다. 형사로서 평생을 바쳐 쌓아 온 수사의 논리와 합리성. 물증과 증언, 데이터와 통계에 기반한 그의 세계가, 바로 옆자리에 앉은 저 여자의 ‘감각’ 앞에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미신이나 집단 히스테리로 치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예리한 직감이, 수많은 죽음과 마주하며 단련된 형사의 본능이 속삭이고 있었다. 이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저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야말로, 이 기괴한 연쇄 살인의 유일한 진실이다. 저 여자는 열쇠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릴, 마지막 열쇠.
“괜찮습니까.”
목적지인 한남대교에 가까워졌을 때, 그가 마침내 침묵을 깨고 물었다. 그것은 단순한 안부가 아니었다. 증인으로서, 혹은 무기로서의 가치가 여전히 온전한지를 확인하는, 지극히 직업적인 질문이었다.
“모르겠어요.”
하진은 거의 기체에 가까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몸 안에서, 작은 영혼 김민준의 기척이 낙엽처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아이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전방에, 자신을 한 줌 먼지처럼 소멸시킬 수도 있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존재의 잔향이 늪처럼 깔려 있다는 것을.
‘무서워... 차가워....’
아이의 공포가 신경을 타고 하진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 공포에 전염되어 자신의 이성까지 마비될 것 같았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입안에 번졌다. 그 미세한 고통이 현실 감각을 간신히 붙들어맸다. ‘무서운 건 너뿐만이 아니야. 나도 마찬가지야.’
한남대교 위는 이미 작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수많은 경찰차와 구급차가 내뿜는 경광등 불빛이 다리 위를 혼란스럽게 핥고 있었고, 차갑게 불어오는 강바람에 펄럭이는 폴리스 라인이 죽은 자의 곡소리처럼 음산하게 울었다. 윤도진은 차를 갓길에 세우고 내리며 하진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한 톤 낮아져 있었다.
“여기서 기다리십시... 아니, 안 되겠습니다. 따라오세요. 내 시야 안에, 바싹 붙어서.”
그는 순간적으로 말을 바꿨다. 그녀를 이 기이한 공기가 감도는 곳에 혼자 두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현장을 통제하는 순경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며 주저 없이 폴리스 라인 안으로 들어섰다. 하진은 그의 넓은 등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그의 등이 지금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방패였다.
현장의 공기는 죽음의 무게로 질식할 듯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어둠 속에서 번개처럼 터지고, 흰 방진복을 입은 감식반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모든 부산스러움 위로 묘지의 그것과 같은 기이한 정적이 흘렀다. 문제의 검은 세단은 마치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거대한 관처럼 다리 한가운데 멈춰 서 있었다.
“윤 형사님, 오셨습니까.”
현장을 지휘하던 최 형사가 그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그의 얼굴에는 베테랑 형사에게서 보기 드문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피해자는 박영규 의원. 차 안에서 잠든 듯 발견됐습니다. 외상, 저항 흔적, 약물 반응, 뭐 하나 나오는 게 없습니다. 차량 내외부에서 타인의 지문이나 DNA는커녕, 의미 있는 먼지 하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는... 완벽한 밀실입니다. 마치 유령에게 당한 것처럼요.”
최 형사는 마지막 말을 농담처럼 던졌지만, 그 말을 듣는 윤도진과 하진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유령. 그들은 그 농담이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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