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방 너머

by 돌부처

끼이익... 쿵.


두껍고 육중한 나무 문이 닫히는 소리는, 단순한 물리적 소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계와 세계를 가르는 경계선이 닫히는 소리, 살아있는 자들의 이성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영역으로의 완전한 진입을 알리는 종언의 소리였다. 문이 닫히는 순간, 하진의 등 뒤에서 느껴지던 윤도진의 희미한 기척과 바깥세상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차단되었다.


그녀는 완벽한 어둠과 침묵 속에 남겨졌다.


어둠은 비어있지 않았다. 그것은 수백 년 묵은 먼지와, 축축한 흙냄새, 그리고 셀 수 없이 피워 올린 향이 벽과 바닥에 겹겹이 스며들어 만들어낸, 밀도 높은 공기로 가득했다. 숨을 쉴 때마다 기도와 저주, 눈물과 피로 이루어진 이 공간의 역사가 폐부 깊숙이 밀려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정신 똑바로 차리거라.”


어둠 속에서, 서명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하진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잠시 후, ‘쉭’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에 들린 성냥이 불꽃을 피워 올렸다. 그 작은 불꽃이 흔들리며 주변을 밝히자, 마침내 지하 신당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곳은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좁고 투박했다. 네 벽은 아무렇게나 다듬은 듯한 바위와 흙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천장은 거미줄처럼 얽힌 거대한 나무뿌리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마치 거대한 나무의 뿌리 아래, 대지의 자궁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공간의 중앙에는 검은 옻칠을 한 낡은 제단이 놓여 있었고, 그 뒤편 벽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수십 개의 낡은 위패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꽂혀 있었다. 벽 곳곳에는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그려진, 이제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색이 바랜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 부적들은 무언가를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신당 안에 잠든 무언가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일종의 봉인처럼 보였다.


서명진은 제단 위의 촛대들에 차례로 불을 붙였다. 촛불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그림자는 더욱 깊고 기괴한 형태로 일렁였다.


“옷을 벗어라.”


서명진이 등을 돌린 채 명령했다. 그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마치 수술을 앞둔 집도의가 환자에게 지시하는 것처럼, 지극히 사무적이었다.


하진은 잠시 망설였다. 청바지와 티셔츠. 지난 십 년간 그녀를 ‘평범한 서하진’으로 지켜주었던 얇은 갑옷. 그것을 벗는 순간, 그녀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이 운명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시간이 없다. 네 몸에 묻은 속세의 먼지를 모두 털어내야, 신과 혼이 네 몸을 길 삼아 내려올 수 있다.”


그녀는 결국 떨리는 손으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옷가지가 하나씩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그녀의 정체성도 한 겹씩 벗겨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마침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이 되자, 신당의 차가운 공기가 칼날처럼 살갗을 파고들었다.


그때, 이모 서은영이 차가운 물이 담긴 나무 대야와 깨끗한 무명천을 들고 다가왔다. 그녀의 눈은 슬픔으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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