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전염병

by 돌부처

[늦었다, 문지기의 딸아.]

[이 도시는, 이미 나의 것이다.]


검은 채팅창에 떠오른 흰 글씨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승리자의 선언이자, 도시 전체를 인질로 잡은 자의 오만한 조롱이었다. 글자 하나하나에서 스며 나오는 차갑고도 강력한 기운에, 안전가옥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노트북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하진과 윤도진의 경악으로 굳어진 얼굴을 기괴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게... 대체....”


윤도진은 거의 본능적으로 허리에 찬 총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경찰 내부망 전용 노트북. 해킹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가 평생을 믿어온 시스템의 근간을 비웃고 있었다. 백면은 더 이상 벽과 문, 심지어는 디지털의 방화벽마저 무시하는, 차원이 다른 방식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하진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백면의 조롱보다, 화면 가득 떠 있는 수십, 수백 개의 영상들에 집중했다. 10대, 20대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방, 카페, 강의실에서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었다. 그 종이 위에는 어김없이, 서툴지만 명백한 형태를 띤 ‘하얀 가면’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행운부적챌린지’, ‘#백면님도와주세요’, ‘#돈벼락맞는법’, ‘#취뽀기원’.


욕망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세속적이었다. 취업, 학점, 돈, 인기.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소환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유행하는 놀이에 참여하듯, 자신들의 가장 순수하고 강렬한 욕망을 가면의 문양 위에 쏟아붓고 있었다.


“굿판이에요....”


하진이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뭐라고?”


“이 도시 전체가... 거대한 굿판이 되어버렸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저건 단순한 그림이나 유행이 아니에요. 저 가면 문양 자체가 백면의 힘이 깃든 ‘부적’이에요. 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영혼과 기운을 백면에게 제물로 바치는 계약을 맺고 있는 거예요. 한두 명이 아니라, 수만, 수십만 명이 동시에!”


그녀의 말에, 윤도진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전염병이었다.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고 은밀하게, SNS라는 매개체를 통해 도시의 가장 젊고 활기찬 심장부를 잠식해 들어가는 영적인 팬데믹. 그들은 총이나 칼이 아닌,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무기로 싸우고 있었다.


“젠장...!”


윤도진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사이버 수사팀에 연락해서 당장 저 해시태그랑 관련 영상들 전부 차단하라고...!”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돌부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읽고 쓰는 사람.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소설을 씁니다.

70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7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