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놀이구나, 쥐새끼들.]
[하지만, 내 성전에 허락도 없이 발을 들인 대가는 치러야지.]
목소리는 바로 등 뒤에서 들려왔다. 단순한 발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공간 자체를 성대 삼아 울리는, 차원을 달리하는 존재의 선언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윤도진은 거의 초인적인 반사신경으로 움직였다. 수십 년간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단련된 형사의 본능이, 그의 이성적인 사고를 건너뛰고 몸을 지배했다.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굳어있는 하진을 자신의 등 뒤로 세게 잡아당겨 감쌌다. 동시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허리춤에서 익숙한 무게의 글록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의 온몸의 신경이 바늘처럼 곤두서, 어둠 속의 아주 작은 소리의 변화, 공기의 밀도 차이, 기척의 흐름까지 감지하려 애썼다.
“누구냐! 당장 나와!”
그의 목소리는 강철처럼 팽팽하게 어둠을 갈랐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방금 전의 목소리가 지독한 환청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하진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윤도진의 동물적인 육감 또한 느끼고 있었다. 그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 공간 전체에 ‘존재’하고 있었다. 낡은 콘크리트 벽과 차가운 바닥, 먼지 쌓인 천장, 그리고 이 숨 막히는 어둠 자체가 바로 그였다. 안전가옥의 모든 조명과 전력이 외부에서 차단된 것이 아니었다. 백면이 자신의 압도적인 힘으로 이 공간을 현실 세계의 좌표로부터 강제로 분리시켜, 자신만의 법칙이 지배하는 영역, 즉 ‘결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형사님... 소용없어요.”
윤도진의 품 안에서, 하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극심한 공포로 떨리고 있었지만, 그 내용은 놀라울 정도로 냉정했다.
“총으로는... 그를 맞출 수 없어요. 그는 지금... 여기에 있는 동시에, 없는 존재예요. 이 공간 자체가 그의 몸이나 마찬가지예요.”
“그게 대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윤도진은 외쳤지만, 그의 이마에도 차가운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의 상식은 그녀의 말을 부정했지만, 그의 온몸의 감각은 그녀의 말이 진실이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상대는 자신이 지금껏 상대해 온, 피와 살을 가진 범죄자가 아니었다. 이것은 수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사투였다.
그 순간, 그들의 눈앞, 방의 한가운데서 어둠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마치 검은 잉크가 맑은 물에 풀어지듯, 어둠이 뭉쳐 서서히 하나의 입체적인 인간 형상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한재준의 모습을 한, 백면도깨비였다. 하지만 펜트하우스에서 보았던 여유롭고 신사적인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의 몸 주변으로는 왕의 존엄을 침범당한 자의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순수한 파괴의 기운이 검은 오라처럼 불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더 이상 인간의 눈이 아닌, 지옥의 유황불처럼 붉고 깊은 심연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감히 내게 상처를 입혀? 내 정원에 잡초를 심고, 내 양식에 독을 풀어?]
백면의 목소리는 이전의 여유로움 대신, 절대 군주의 그것과 같은 차가운 분노로 가득했다. 그의 시선은 하진의 가슴에 걸린 푸른 옥 조각과, 테이블 위에 놓여 신성한 빛을 발하고 있는 ‘해신의 인’에 증오스럽게 닿아 있었다.
[고작 문지기 놈이 남기고 간 부스러기 같은 힘으로, 나의 거대한 계획에 감히 흠집을 내? 용서할 수 없다. 네년과, 네년에게 기생하여 목숨을 부지하는 저 하찮은 인간 놈까지, 오늘 여기서 그 오만함과 어리석음의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닥쳐, 이 괴물 새끼야!”
윤도진은 이성이 끊어지는 것을 느끼며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총성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좁은 밀실 안에서 총성은 몇 배로 증폭되어 두 사람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뜨거운 화약 냄새와 함께 날아간 세 발의 총알은, 백면의 몸을 마치 홀로그램처럼 그대로 통과하여, 맞은편 벽에 무력하게 박힐 뿐이었다. 백면은 마치 성가신 벌레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통과한 총알 자국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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