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르르릉!
호랑이 요수의 포효가 인왕산 자락을 뒤흔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공기를 찢고 고막을 파고드는 충격파였다. 요수의 덩치는 족히 트럭만 했고, 온몸을 뒤덮은 바위와 고목들은 갑옷처럼 단단해 보였다. 놈이 앞발을 내딛을 때마다 땅이 쿵쿵 울렸다.
[죽어라, 침입자들아!]
요수의 등 위에 탄 창귀가 사인검을 지휘봉처럼 휘둘렀다. 검붉은 검기가 낫처럼 날아와 세 사람을 덮쳤다.
“흩어져!”
윤도진의 외침과 동시에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검기가 그들이 있던 자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종잇장처럼 베어져 나갔고, 바위가 산산조각 났다. 국보급 유물의 위력이 사악한 기운과 만나 재앙이 되어 있었다.
“와, 저거 진짜 살벌하네. 칼질 한 번에 숲이 사라지겠어.”
이강우가 나무 뒤에 숨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단검을 꽉 쥐었지만, 저 거대한 괴물에게 통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형사 양반, 작전 있어? 총알 몇 개나 남았어?”
“두 탄창. 하지만 저놈 갑옷이 워낙 두꺼워서 통할지 모르겠군.”
윤도진도 난감한 표정이었다. 일반적인 권총 탄환으로는 바위로 된 피부에 흠집도 내기 어려워 보였다.
“제가 놈의 주의를 끌게요. 두 분은 창귀를 노려주세요. 요수를 조종하는 건 창귀예요. 놈을 떨어뜨리면 요수도 멈출 거예요.”
하진이 옥 조각을 쥐고 나섰다. 그녀는 문지기의 힘을 끌어올려 푸른 방어막을 몸에 둘렀다.
“위험해! 정면승부는 무리야!”
윤도진이 말렸지만, 하진은 이미 달려 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옥 조각에서 푸른 불꽃을 쏘아 요수의 얼굴을 가격했다.
퍼엉!
불꽃이 요수의 안면을 강타했다. 요수가 고통스러운 듯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큰 타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놈의 화만 돋운 꼴이었다.
[건방진 무당 년!]
요수가 하진을 향해 돌진했다. 놈의 속도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빨랐다. 집채만 한 앞발이 하진을 덮쳤다. 하진은 간발의 차로 옆으로 굴러 피했다. 앞발이 땅을 내리찍자 흙과 돌이 사방으로 튀었다.
“지금이야! 쏴!”
이강우가 소리쳤다. 윤도진은 나무 위로 올라가 저격 자세를 취했다. 그의 목표는 요수의 등이 아니라, 그 위에 타고 있는 창귀의 머리였다. 어두운 밤, 흔들리는 표적. 쉽지 않은 사격이었다.
탕!
총알이 어둠을 가르고 날아갔다. 하지만 창귀는 사인검을 가볍게 휘둘러 총알을 튕겨냈다.
[하하하! 고작 그따위 쇠구슬로 나를 맞추겠다고? 이 칼은 천하무적이다!]
창귀가 비웃으며 사인검을 땅으로 내리꽂았다. 그러자 검은 파동이 땅을 타고 퍼져나갔다.
쿠구구궁!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갈라지며 날카로운 바위 가시들이 솟구쳐 올랐다. 윤도진이 있던 나무가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 윤도진은 바닥으로 떨어지며 낙법을 쳤지만,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잃을 뻔했다.
“형사님!”
하진이 윤도진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요수가 길을 막아섰다. 놈은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하진을 날려버렸다. 하진은 바위에 부딪혀 피를 토했다.
“이런 젠장, 상황이 안 좋네.”
이강우가 이를 갈았다. 정면승부로는 답이 없었다. 놈은 너무 강하고, 사인검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약점... 약점이 있을 거야. 모든 괴물은 약점이 있어.’
이강우는 요수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놈은 바위와 나무로 이루어져 있지만, 관절 부분은 덩굴과 흙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창귀는 요수의 머리 위가 아니라, 목덜미 쪽에 바짝 붙어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지키려는 듯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