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왕좌

by 돌부처

카아앙!


사인검과 마검이 충돌하는 소리는 단순한 금속음이 아니었다. 빛과 어둠, 정화와 타락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힘이 격돌하며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충격파가 동굴 전체를 휩쓸며 주변의 바위들을 산산조각 냈다.


하진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백면의 힘은 펜트하우스에서 마주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옥새의 기운을 흡수한 그는, 마치 거대한 산맥이 짓누르는 듯한 압도적인 중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가소롭구나! 고작 인간의 몸으로 내 힘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백면이 마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은 파동이 채찍처럼 날아와 하진을 위협했다. 하진은 사인검으로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지만,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 손목이 끊어질 듯 아팠고, 사인검마저 비명을 지르는 듯 진동했다.




한편, 제단 아래에서는 또 다른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죽어라! 이 징그러운 년아!”


이강우는 야차녀의 맹공을 피하며 쉴 새 없이 단검을 휘둘렀다. 야차녀의 손톱은 스치기만 해도 살점이 뜯겨 나갈 만큼 날카로웠다. 이강우의 가죽 재킷은 이미 너덜너덜해졌고, 몸 곳곳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제법 버티는구나, 인간. 하지만 얼마나 갈까? 내 아이들이 너를 뜯어먹고 싶어 안달인데.]


야차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어둠 속에서 수십 마리의 작은 괴물들이 튀어나와 이강우의 다리를 물어뜯으려 했다.


“아오, 성가시게 진짜!”


이강우는 수류탄 핀을 뽑아 괴물들 한가운데로 던졌다.


콰앙!


폭발과 함께 괴물들이 살점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 틈을 타 야차녀가 이강우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조심해!”


윤도진이 잡귀들을 처리하며 이강우를 향해 사격했다. 총알이 야차녀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방해하지 마라!]


야차녀가 윤도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녀의 입에서 끔찍한 초음파가 터져 나왔다.


“크윽!”


윤도진은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잡귀들이 그 틈을 노리고 떼 지어 달려들었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하진은 백면에게 밀리고 있었고, 이강우와 윤도진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전멸이었다.


‘안 돼...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하진은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백면의 힘은 옥새에서 나오고 있었다. 옥새와의 연결을 끊어야 했다. 그때, 백면의 본체가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한재준의 인간 형상이 찢어지고, 그 안에서 검은 연기와 붉은 근육이 뒤엉킨 거대한 괴물의 형상이 튀어나오려 하고 있었다.


[크르르... 옥새가... 내 몸이...!]


백면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인간의 육체가 옥새의 거대한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놈은 폭주하고 있었다.


[다 죽여버리겠다! 이따위 껍데기, 필요 없어!]


백면이 포효하자 동굴 천장의 거대한 종유석들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피해요!”


윤도진이 구르며 낙석을 피했다. 거대한 바위가 그가 있던 자리를 덮쳤다. 동굴 전체가 무너져 내릴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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