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르릉-!
천둥소리가 폐공장의 함석지붕을 때리며 공명했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깨진 창문 틈으로 들이닥쳐 바닥에 고인 웅덩이를 흔들었다. 그 웅덩이 위로,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한 자들의 그림자가 춤을 추듯 일렁였다.
[크르르... 산 자의 피 냄새... 향긋하구나.]
반쯤 썩어 문드러진 독사의 얼굴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그의 턱관절은 빠져서 덜렁거렸고, 한쪽 눈알은 썩은 물이 흐르는 구멍 속에 처박혀 있었다. 하지만 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생전보다 더욱 지독했다. 백면의 흑마법이 놈을 단순한 언데드가 아닌, 살육 기계로 개조해 놓은 것이다.
독사의 뒤로 수십 명의 언데드들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백면의 제물이 되었던 희생자들이었다. 찢어진 옷가지 사이로 보이는 창백한 피부, 초점 없는 눈동자, 그리고 짐승처럼 날카로워진 손톱. 그들은 인간성을 상실하고 오직 파괴 본능만이 남은 괴물들이었다.
“이런 젠장, 좀비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숫자가 너무 많아!”
이강우가 단검을 역수로 쥐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의 눈은 맹수처럼 빛나며 적들의 움직임을 쫓고 있었다.
“인간이 아닙니다. 급소를 노려도 소용없어요. 머리를 날리거나 사지를 절단해야 합니다.”
윤도진이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며 권총을 장전했다. 탄창은 두 개뿐이었다. 아껴 써야 했다.
“제가 길을 열게요. 독사는 제가 맡을 테니, 두 분은 제 등을 지켜주세요.”
하진이 사인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빗줄기를 가르며 어둠을 밝혔다. 그녀의 눈동자 속 문지기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좋아. 아가씨는 보스전, 우리는 졸병 처리. 심플해서 좋네.”
이강우가 씩 웃으며 달려드는 언데드의 목을 단검으로 베어 넘겼다. 검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전투 개시!]
언데드 군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윤도진은 정확한 사격으로 선두에 있는 놈들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뇌수가 튀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공장 안에 울려 퍼졌다. 총알이 떨어지자 그는 삼단봉을 뽑아 들고 근접 전에 돌입했다. 놈들의 공격은 단순했지만, 힘은 무시무시했다. 윤도진은 놈들의 팔을 꺾고 관절을 부러뜨리며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이강우는 춤을 추듯 화려하게 움직였다. 그의 단검은 쉴 새 없이 허공을 가르며 언데드들의 팔다리를 잘라냈다. 놈들이 떼 지어 덤벼들면 수류탄을 던져 길을 만들고, 벽을 타고 뛰어올라 놈들의 머리 위를 넘나들었다. 그는 전장을 지배하는 악마 같았다.
하진은 독사를 향해 직선으로 돌진했다. 독사가 뱀처럼 유연한 몸놀림으로 그녀의 검격을 피하며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계집애가 제법이구나! 하지만 내 손톱에는 맹독이 묻어있다. 스치기만 해도 네 살은 썩어 들어갈 것이다!]
독사의 손톱이 하진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옷이 찢어지고 살갗이 베였다. 화끈거리는 통증과 함께 상처 부위가 검게 변해갔다.
“크윽...!”
하진은 고통을 참고 사인검을 휘둘렀다. 푸른 검기가 독사의 가슴팍을 그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놈이 비명을 질렀다.
[이... 이까짓 칼 따위가!]
독사가 입을 벌리자, 놈의 목구멍에서 검은 뱀들이 튀어나와 하진을 물어뜯으려 했다.
“징그러운 것들!”
하진은 옥 조각을 꺼내 들었다.
“정화하라!”
옥 조각에서 터져 나온 빛이 뱀들을 태워버렸다. 독사가 주춤하는 사이, 하진은 다시 검을 내리쳤다. 이번에는 깊었다. 독사의 한쪽 팔이 잘려 나갔다.
[끄아아악! 내 팔!]
독사가 나뒹굴었다. 하진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달려들어 검끝을 놈의 목에 겨누었다.
“말해. 백면은 어디 있어? 우리 엄마는 어디 숨겼어!”
독사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크크크... 멍청한 것들. 여기가 끝인 줄 아느냐? 주인님은 이미... 하늘에 닿을 준비를 하고 계신다. 너희가 여기서 헛된 힘을 쓰는 동안, 대업은 완성될 것이다!]
“하늘...? 그게 무슨 소리야!”
[용산... 남산... 그리고 북한산... 삼각산의 정기가 모이는 곳... 그곳이 바로 주인님의 옥좌가 될 곳이다!]
독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놈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자폭하려는 것이었다.
“위험해요! 피해요!”
하진이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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