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는 이미 우리 머리 위에

살인 면허를 가진 알고리즘

by 돌부처

지난 화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혼과 종교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모습을 보며 묘한 불쾌감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신적인 영역에서의 침공이라면 오늘 우리가 마주할 이야기는 물리적인 실체로서, 인간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가장 끔찍하고도 현실적인 공포입니다. 바로 전쟁입니다.


우리는 어릴 적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며 미래에는 기계가 인간을 사냥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스카이넷이라는 인공지능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고, 터미네이터 로봇들이 폐허가 된 도시를 순찰하며 생존자들을 제거하는 장면 말입니다. 그때는 그저 영화 속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팝콘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그 디스토피아는 더 이상 영화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의 진흙탕 속에서 그리고 가자 지구의 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이미 인공지능은 인간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고 있습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적을 식별하고 타격하는 자율 살상 무기 시스템이 전장에 배치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에서는 인류 역사상 세 번째 군사 혁명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전쟁의 실체를 파헤칩니다. 화약과 핵무기에 이어 등장한 이 조용한 살인자들은 과연 누구의 명령을 따를까요. 알고리즘이 0과 1의 데이터로 인간의 목숨을 계산할 때 전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 그리고 이 통제 불가능한 살상 기계들의 경쟁 속에서 인류는 과연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 아주 냉정하게 분석해 봅니다.




2024년 봄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을 충격에 빠뜨린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 전쟁에서 라벤더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표적 식별 시스템을 사용했다는 폭로였습니다. 이 인공지능의 역할은 단순하면서도 섬뜩했습니다. 가자 지구의 230만 명 인구 데이터를 모조리 분석한 뒤 하마스 대원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자동으로 찾아내 암살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라벤더는 사람의 행동 패턴과 소셜 네트워크 활동 그리고 스마트폰 위치 정보 등을 분석해 3만 7천 명을 표적으로 지정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인간 정보 장교가 며칠을 밤새워 가며 이 사람이 진짜 테러리스트인지 아닌지 검증했습니다. 하지만 라벤더는 이 과정을 단 몇 초 만에 끝냈습니다. 그리고 인간 지휘관들은 인공지능이 찍어준 좌표를 거의 검증하지 않고 고무도장 찍듯이 폭격을 승인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인간이 이 표적을 검토하는 데 쓴 시간은 고작 20초였다고 합니다. 20초 만에 한 사람의 생사가 결정된 것입니다.


심지어 인공지능은 그 사람이 집에 들어가는 순간을 포착해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폭격하도록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더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인공지능에게는 가족이 함께 몰살당하는 부수적 피해가 그저 허용 가능한 오차 범위 내의 숫자일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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