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라는 유모가 키운 아이들

by 돌부처

식당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네 식구가 밥을 먹으러 왔는데 식탁 위는 기이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엄마와 아빠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주식을 확인하고, 어린 자녀의 눈앞에는 태블릿 피시가 놓여 있습니다. 아이는 현란한 색감의 애니메이션이나 유튜버의 장난감 리뷰 영상에 완전히 몰입해 있습니다. 부모가 밥을 입에 넣어줘도 아이는 씹는 것조차 잊은 채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합니다. 과거에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쪽쪽이를 물렸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물립니다.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쪽쪽이라고 부릅니다.


이 풍경은 단순히 아이가 영상을 많이 본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부모나 또래 친구보다 알고리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성장하는 신인류 즉 알파 세대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입니다.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이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인공지능 스피커와 대화하고 글자를 떼기도 전에 유튜브 검색을 음성으로 했습니다. 이들에게 인공지능은 도구가 아니라 공기이자 환경입니다.


오늘은 인공지능이라는 완벽하지만 차가운 유모가 키워낸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인공지능 튜터에게 영어를 배우고 인공지능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아이들. 그들의 뇌 구조와 정서 지능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요. 그리고 효율성으로 무장한 기계식 양육이 놓치고 있는 인간다움의 결정적인 결핍은 무엇인지 아주 심도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부모님들은 기뻐합니다. 인공지능 튜터의 등장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비싼 과외 선생님을 모셔야 했지만, 이제는 월 2만 원이면 챗지피티나 듀오링고 같은 인공지능 선생님이 우리 아이의 공부를 봐줍니다.


인공지능 선생님은 완벽합니다. 발음은 원어민 그 자체이고, 지식은 백과사전보다 방대합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선생님은 절대 화를 내지 않습니다. 아이가 같은 단어를 백 번 틀려도 백한 번째 친절하게 다시 설명해 줍니다. 아이의 수준에 맞춰 난이도를 조절하고 아이가 지루해할 틈 없이 칭찬과 보상을 줍니다.


효율성 면에서 인간 선생님은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아이들의 성적은 쑥쑥 오릅니다. 부모는 안심합니다. 우리 아이가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교육의 본질을 놓치고 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뇌에 입력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인격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인간 선생님은 아이가 숙제를 안 해오면 실망한 눈빛을 보냅니다. 아이는 그 눈빛을 보며 마음 속에 그 감정을 느끼고 다음에는 숙제를 잘 해야지라고 다짐합니다. 선생님이 농담을 하면 함께 웃고 선생님이 아프면 걱정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타인의 감정을 읽고 관계를 맺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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