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나는 가짜다

인공지능이 만든 외모지상주의의 디스토피아

by 돌부처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거울을 볼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부스스한 머리 퉁퉁 부은 눈 늘어진 턱선.

솔직히 마음에 안 드실 겁니다.


그런데 세수를 하고 나와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화면 속의 나는 방금 거울에서 본 그 사람이 아닙니다. 피부는 도자기처럼 매끈하고, 턱은 베일 듯이 날렵하며, 눈은 호수처럼 맑습니다. 우리는 이 화면 속의 얼굴이 진짜 나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아니 이미 믿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심지어 이력서 사진까지 전부 인공지능 필터가 깎아놓은 조각상들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집단적 신체 변형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거울 속의 진짜 얼굴을 혐오하고 알고리즘이 만들어준 가짜 얼굴을 숭배하는 세상.


오늘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루키즘 즉 외모지상주의의 끝판왕 시대에 대해 아주 적나라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성형외과 의사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디지털 성형의 실태와 가짜 얼굴로 취업하고 연애하는 대사기극의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과거의 사진 보정은 포토샵 장인의 영역이었습니다. 점을 지우고 턱을 조금 깎는 정도였죠.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술도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생성형 인공지능 필터는 차원이 다릅니다. 스노우나 소다 같은 앱을 켜는 순간 인공지능은 0.01초 만에 당신의 안면 골격을 재배치합니다.


단순히 피부를 뽀얗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동양인의 평면적인 얼굴을 서양인의 입체적인 두상으로 바꾸고 눈의 가로세로 비율을 황금비율로 조정하며 심지어 없는 애교 살도 만들어냅니다. 이건 보정이 아니라 실시간 성형 수술입니다.


문제는 이 기술이 너무나 정교해서 본인조차 속는다는 겁니다. 필터가 적용된 화면을 보다가 필터를 끄면 갑자기 오징어 한 마리가 튀어나오는 것 같은 충격을 받습니다. 이를 틱톡 이형증 혹은 스냅챗 이형증이라고 부릅니다. 필터가 꺼진 자신의 진짜 얼굴을 기형적이라고 느끼며 혐오하는 정신적 질환입니다.


이 현상이 낳은 가장 기괴한 풍경은 성형외과 진료실에서 벌어집니다. 예전에는 환자들이 연예인 사진을 들고 왔습니다. 김태희처럼 해주세요. 송혜교처럼 해주세요. 그런데 요즘은 자기 사진을 들고 옵니다. 바로 인공지능 필터로 보정한 자기 셀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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