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편
[이곳이 너희의 무덤이다. 차가운 물속에서 영원히 잠들어라.]
흑선이 해골 지팡이를 허공에 휘두르자, 검은 호수의 수면이 끓어오르듯 요동쳤다. 물귀신들의 손이 뭍으로 기어 올라와 윤도진과 이강우의 발목을 낚아채려 했다. 동시에 뒤에서는 귀사 떼가 산성 독액을 뱉으며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앞에는 죽음의 호수, 뒤에는 괴물 떼. 퇴로가 없었다.
“젠장, 완전히 포위됐어! 어떻게 좀 해봐, 아가씨!”
이강우가 단검으로 물귀신의 손목을 자르며 소리쳤다. 잘린 손목에서는 피 대신 검은 물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잘린 손은 금세 다시 자라나 더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물러설 곳이 없어요! 정면 돌파밖에 없어요!”
하진이 사인검을 꼬나쥐며 외쳤다. 그녀는 옥 조각을 입에 물고, 검에 모든 기운을 집중했다.
“현무는 물을 다스려요. 물 위를 걷는 술법을 쓸 수 있어요. 제가 길을 열 테니, 저를 따라오세요!”
하진은 망설임 없이 검은 호수 위로 발을 내디뎠다. 놀랍게도 그녀의 발은 물에 빠지지 않고 수면 위에 떴다. 옥 조각의 푸른 기운이 물의 표면 장력을 강화시켜 딛고 설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미쳤어? 저길 걸어가겠다고?”
이강우가 기겁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뒤에서는 귀사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믿으세요! 갑니다!”
윤도진과 이강우도 이를 악물고 하진의 뒤를 따라 호수 위로 뛰어들었다. 발바닥에서 차가운 냉기가 올라왔지만, 빠지지는 않았다.
[오호라, 제법 재주를 부리는구나. 하지만 물 위에서 나를 이길 수 있을까?]
흑선이 비웃으며 지팡이를 수면 위로 내리쳤다.
콰아앙!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쳐 올라 세 사람을 덮쳤다. 단순한 물이 아니었다. 얼음처럼 차갑고 무거운, 압력이 실린 물폭탄이었다.
“흩어져요!”
하진의 외침에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피했다. 물기둥이 떨어진 자리에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현무여, 저들을 삼켜라!]
흑선의 명령에, 거대한 현무가 세 개의 머리를 동시에 쳐들었다.
[키아아악!]
가운데 머리에서는 냉기가, 왼쪽 머리에서는 독액이, 오른쪽 머리에서는 검은 물대포가 발사되었다.
“젠장, 3단 콤보냐!”
이강우는 몸을 비틀어 독액을 피했지만, 물대포의 스치기만 해도 살이 찢어질 듯한 수압에 휩쓸려 저만치 밀려났다. 윤도진은 냉기를 피해 구르다가 옷자락이 얼어붙었다.
하진은 사인검으로 물대포를 갈랐다.
촤아악!
물이 갈라지며 길이 열렸다. 하진은 그 틈을 타 현무를 향해 질주했다.
“현무여! 깨어나라! 당신은 수호신이다!”
하진은 현무의 거대한 앞발을 뛰어넘어 등 위로 올라타려 했다. 하지만 현무의 등껍질에 돋아난 가시들이 길어지며 그녀를 찌르려 했다.
“크윽!”
하진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가시를 피했지만, 균형을 잃고 미끄러졌다. 그 틈을 타 흑선이 지팡이로 하진의 명치를 가격했다.
퍽!
“아윽...!”
하진은 숨이 막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사인검을 놓쳤다.
[어리석은 것. 감히 내 영역에 들어와서 살아나갈 줄 알았느냐.]
흑선이 쓰러진 하진의 목을 밟았다. 차가운 냉기가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하진 씨!”
윤도진이 권총을 쏘며 달려왔지만, 현무의 꼬리인 뱀들이 그를 가로막았다. 뱀들이 쉭쉭거리며 독니를 드러냈다.
“비켜, 이 징그러운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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