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되지 못한 자의 울음

상편

by 돌부처

쿠오오오오!


서울의 심장부, 용산에서 터져 나온 굉음은 땅의 비명이자, 수천 년간 잠들어 있던 원념의 폭발이었다. 도봉산 자락에 주저앉아 있던 하진과 윤도진, 이강우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남쪽을 바라보았다. 칠흑 같은 밤하늘을 뚫고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상공에는 마치 하늘을 받치고 있던 무엇인가가 무너져 내린 것처럼 위압적이고 불길한 기운이 가득했다.


“저건... 또 무슨 개 같은 상황이야? 지진이라도 난 거야?”


이강우가 젖은 머리를 거칠게 털어내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지독한 피로와 함께 본능적인 공포가 섞여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조차도 저 멀리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기운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무기... 현무 님이 말씀하신 그 존재가 깨어나고 있어요.”


하진은 사인검을 지팡이 삼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녀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옥 조각을 통해 전해져 오는 파동은 이전의 사방신(四方神)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청룡의 분노, 백호의 광기, 주작의 고통, 현무의 슬픔...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하나로 뒤엉켜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순수한 악의이자,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이었다.


“용이 되지 못한 뱀. 승천에 실패하고 땅으로 추락한 이무기의 원한이 백면의 사악한 기운과 만나... 서울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어요.”


“용산이라... 이름값 한번 제대로 하는구만. 용이 사는 산이라더니, 괴물 뱀이 살고 있었을 줄이야.”


윤도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젖은 옷을 짜내고, 남은 탄창을 확인했다. 달랑 두 개. 이걸로 저 거대한 재앙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그에게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가시죠. 놈이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지금 저 기둥은... 놈이 땅속에서 기어 나오기 위해 숨구멍을 뚫은 거예요.”


하진이 앞장섰다.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눈빛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세 사람은 차를 몰고 용산으로 향했다. 도로는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용산에서 발생한 진동과 굉음 때문에 놀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도망치려는 차량들이 뒤엉켜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통제를 시도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길이 막혀서 꼼짝도 못 하겠습니다. 이대로라면 도착하기도 전에 날 새겠는데.”


윤도진이 경적을 울리며 답답해했다.


“우회하죠. 강변북로를 타면 그나마 좀 나을 거야. 내가 지름길을 알아.”


이강우가 조수석에서 지도를 보며 지시했다.




차는 한강을 끼고 달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물은 평소보다 훨씬 검고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강물 자체가 용산의 이무기를 두려워하며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저기 좀 봐요.”


하진이 창밖을 가리켰다.


한강 한가운데, 반포대교 근처에서 거대한 물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둥둥 떠올랐다. 등지느러미가 칼날처럼 변형되고, 눈이 붉게 충혈된 괴물 물고기들이었다.


“어룡 떼...? 청룡은 정화됐는데 왜 또 나타난 거지?”


이강우가 놀라 물었다.


“이무기의 영향이에요. 이무기는 물속의 왕이 되려 했던 존재니까요. 강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을 자신의 권속으로 만들고 있어요.”


하진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물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튀어 올랐다. 집채만 한 크기의 메기 요괴였다. 놈은 입을 벌려 강변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집어삼키려 했다.


“으악!”


앞서 가던 트럭이 메기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비명 소리가 들렸다.


“미친! 저거 놔두면 다 죽어!”


이강우가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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