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편
[보아라. 이 아름다운 자태를. 인간들이 잊고 지냈던,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을.]
백면이 두 팔을 벌려 발아래 똬리를 튼 거대한 이무기를 찬양했다. 그의 목소리는 지하 동굴 전체를 울리며 세 사람의 고막을 찢을 듯 파고들었다. 이무기는 백면의 찬사에 화답하듯, 거대한 머리를 치켜들고 천장이 무너질 듯 포효했다.
쿠오오오오!
충격파가 동굴을 휩쓸었다. 세 사람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고막이 찢어질 듯 아팠고, 내장이 뒤틀렸다. 동굴 천장에서 바위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크윽...!”
하진은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이무기의 붉은 눈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만으로도 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놈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곧 시뻘건 불길이 뿜어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피해요! 브레스예요!”
하진의 외침과 동시에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화아아악!
이무기가 토해낸 검은 불길이 그들이 있던 자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바위가 순식간에 녹아내려 용암처럼 흐르고, 지하수 웅덩이가 끓어올라 증발해 버렸다. 스치기만 해도 영혼까지 타버릴 듯한, 지옥의 업화였다.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접근조차 못 하겠어! 저게 뱀이야 용이야!”
이강우가 거대한 바위 뒤에 숨어 소리쳤다. 그의 얼굴은 열기에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방열복 곳곳이 그을려 있었다.
“놈의 역린... 역린을 찾아야 해요! 용이든 이무기든, 목 아래 거꾸로 박힌 비늘이 유일한 급소예요!”
하진이 소리쳤다. 하지만 이무기의 덩치가 워낙 거대해서 역린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게다가 놈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꼬리와 머리로 주변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벌레들이!]
백면이 비웃으며 손짓했다. 그러자 이무기의 몸 비늘 사이사이에서 수천 마리의 뱀 요괴들이 비늘처럼 떨어져 나와 세 사람을 공격해왔다.
“아오, 진짜 가지가지한다! 새끼까지 치냐!”
이강우가 단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뱀들을 베어 넘겼다. 하지만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었다. 잘린 뱀들은 다시 꿈틀거하며 두 마리로 불어났다.
윤도진은 권총으로 뱀들을 쏘며 하진을 엄호했다. 탄창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진 씨! 역린을 찾으려면 놈의 목 밑으로 가야 합니다!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안 돼요! 형사님 몸 상태로는 무리예요! 독이 퍼지고 있잖아요!”
윤도진의 안색은 창백했다. 지난번 쌍두사에게 물린 상처가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상관없습니다! 이대로 다 죽는 것보단 낫잖습니까! 내 목숨 하나로 길을 열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겁니다!”
윤도진은 품에서 마지막 남은 섬광탄을 꺼내 뱀 떼 한가운데로 던졌다.
번쩍!
강렬한 빛이 터지며 어둠에 익숙해져 있던 뱀들이 눈이 멀어 우왕좌왕했다.
“지금입니다! 달리세요! 뒤는 제가 맡겠습니다!”
윤도진이 먼저 뛰쳐나갔다. 그는 고통을 무시하고 이무기의 정면으로 돌진했다. 죽음을 각오한 돌격이었다.
“형사님!”
하진도 그 뒤를 따랐다. 그녀의 손에는 사인검이 들려 있었다.
이무기가 윤도진을 발견하고 거대한 앞발을 들어 올렸다. 집채만 한 발톱이 윤도진을 내려치려 했다.
“죽어라!”
윤도진은 피하지 않고 발톱을 향해 남은 총알을 전부 쏟아부었다. 하지만 총알은 이무기의 강철 같은 비늘에 팅팅 튕겨 나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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