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해고당했습니다

by 돌부처

2022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 대회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라는 그림이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그림의 웅장함과 정교한 붓 터치에 감탄하며 우승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작가가 밝힌 사실은 예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자신이 붓을 든 것이 아니라 미드저니라는 인공지능에게 몇 줄의 명령어만 입력해서 3초 만에 뽑아낸 그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술가들은 분노했습니다. 이것은 사기다 예술의 죽음이다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예쁘면 그만 아냐? 사람이 그렸든 기계가 그렸든 감동적이면 된 거 아니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오늘 이야기에서는 인공지능이 점령한 예술과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들여다봅니다.




우리가 인간만의 성역이라고 믿었던 창의성과 영감이라는 것이 사실은 데이터의 확률 조합에 불과했다는 불편한 진실. 그리고 고통 없이 생산되는 무한한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인간 예술가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아니면 박물관의 전시품으로 전락할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음악계는 이미 초토화되었습니다. 2023년 하트 온 마이 슬리브라는 곡이 틱톡과 스포티파이를 강타했습니다. 드레이크와 위켄드라는 당대 최고의 팝스타가 콜라보한 신곡인 줄 알았습니다. 목소리도 창법도 그들 특유의 바이브도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고스트라이터라는 익명의 네티즌이 인공지능으로 만든 가짜였습니다.

대중은 열광했습니다. 진짜 드레이크의 신곡보다 더 드레이크답다며 환호했습니다. 이제 누구나 방구석에서 비틀즈의 신곡을 만들 수 있고 프레디 머큐리가 부르는 아이유의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작곡을 몰라도, 화성학을 몰라도 됩니다.


인공지능에게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재즈 힙합 스타일로 3분짜리 곡을 만들어줘라고 하면 1분 만에 저작권 프리 음원을 뱉어냅니다. 배경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들은 당장 일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에 깔리는 배경음악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동요는 이제 인간의 손길이 필요 없습니다. 음악은 예술이 아니라 수도꼭지 틀면 나오는 수돗물 같은 공공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들과 작가들이 파업을 했던 진짜 이유를 아십니까?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시나리오 작성 능력을 인공지능에게 뺏기지 않기 위한 생존 투쟁이었습니다. 제작사들은 엑스트라 배우들의 얼굴을 스캔해서 데이터로 저장한 뒤, 평생 영화 배경에 심어놓고 쓰고 싶어 했습니다. 출연료는 한 번만 주고요.


주연 배우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젊은 시절의 해리슨 포드가 인디아나 존스에 다시 등장하고 제임스 딘이 무덤에서 돌아와 신작 영화를 찍습니다. 늙지도 않고 스캔들도 일으키지 않으며, 출연료 협상도 필요 없는 인공지능 배우. 제작사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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