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울고 있었다.
한강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다리가 잠길 듯 넘실거렸고, 강남대로 한복판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겨 차량들을 집어삼켰다. 남산 타워는 붉은 안개에 휩싸여 보이지 않았고, 북악산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나 도로를 막았다. 동서남북, 서울을 지키던 네 방위의 결계가 뚫리자, 억눌려 있던 땅의 고통과 분노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뉴스에서는 원인 불명의 연쇄 재난이라며 24시간 특보를 내보내고 있었지만, 그 어떤 전문가도 이 기이한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도시가... 죽어가고 있어요.”
하진은 안전가옥의 창문을 통해 혼란에 빠진 서울을 내려다보았다. 옥 조각을 통해 전해지는 서울의 비명 소리가 너무나 끔찍해 귀를 막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무기가 한강을 타고 이동하면서 지맥을 끊어놓고 있어. 놈이 지나간 자리는 썩어들어가고, 땅이 무너져 내리는 거야.”
하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놈들의 목적지는 경복궁이에요. 놈들은 그곳에서 서울의 심장을 찌르고, 완전히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 할 거예요.”
“경복궁이라... 하필이면 제일 지키기 까다로운 곳이군.”
윤도진이 지도를 펴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광화문 광장 일대는 시위대와 전경들이 대치 중이고, 경복궁 주변은 붕괴 위험 때문에 통제 중이라서,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뚫고 가야죠. 방법이 없잖아요. 헬기라도 띄울까요?”
이강우가 단검을 숫돌에 갈며 물었다. 그는 이미 전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의 눈에는 살기가 번뜩였다.
“헬기는 위험해. 상공에도 결계가 쳐져 있을 거야. 지상으로 가야 해. 가장 빠르고 은밀하게.”
윤도진이 지도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연결된 지하 통로를 이용합시다. 이미 폐쇄된 구간이라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거요.”
“좋아요. 하지만... 놈들도 그걸 알고 있을 거예요. 지하에는 분명 함정이 있을 거예요.”
하진이 경고했다.
“함정이면 부수면 되고, 괴물이면 죽이면 돼. 간단하잖아?”
이강우가 씨익 웃었다.
세 사람은 다시 장비를 챙겼다. 이번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가진 모든 것을 챙겼다. 윤도진은 경찰서 무기고에서 반출한 자동 소총과 수류탄을, 이강우는 특수 제작된 폭발물과 각종 암기를, 하진은 사인검과 옥새, 그리고 어머니의 유품인 옥 조각과 주작의 깃털을 챙겼다.
“가시죠. 서울의 운명이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지하철 3호선 터널은 지옥의 입구 같았다. 전력이 끊겨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 있었고, 바닥에는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 있었다. 쥐 떼들이 찍찍거리는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울음소리가 신경을 긁어댔다.
“이무기가 지나간 흔적이야. 냄새가 아주 고약해.”
이강우가 코를 막으며 말했다. 벽면에는 거대한 비늘 자국이 긁혀 있었고, 철로가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다.
“조심해요. 놈의 권속들이 숨어 있을 거예요.”
하진이 사인검을 뽑아 들고 앞장섰다. 검에서 나오는 푸른 빛이 어둠을 밝혔다. 그때, 천장에서 무언가가 뚝 떨어졌다.
철퍼덕.
검은 액체였다. 윤도진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키에에엑!]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사인(蛇人) 떼가 비명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 수십, 수백 마리의 뱀 인간들이었다.
“젠장, 또 너희냐? 지겹지도 않냐!”
이강우가 단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탕! 탕! 탕!
윤도진이 자동 소총을 난사했다. 좁은 터널 안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사인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지만, 놈들은 시체를 밟고 계속해서 밀려왔다.
“길을 뚫어야 해요! 멈추면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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