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는 도대체 누구의 것이었는가
"제가 시간을 쪼개고 주말까지 반납해 가며 직접 만든 개인 무기였는데, 그걸 지우고 나간 게 그렇게 큰 죄인가요?"
2026년 4월, 한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이 한 줄의 호소문은 순식간에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넘어 직장인들의 가슴 한복판을 뒤흔들었습니다. 5년 차 회계와 총무 담당자였던 A씨는, 한 중소기업에서 3년 동안 매크로와 함수와 VBA 코드의 미로를 한 줄 한 줄 손으로 짜 올려 한 편의 '마법의 엑셀'을 완성했습니다. 그 마법의 시트 위에 분개를 입력하면 수식이 도미노처럼 작동하며 결산표가 자동으로 출력되었고, 매월 8시간이 꼬박 걸리던 결산 업무는 단 30분이면 종결되었습니다. 부장님은 수시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역시 우리 A 차장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라며 호탕하게 웃었고, A씨는 그 칭찬을 자기 노동의 영수증처럼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두었습니다.
하지만 퇴사를 통보한 그 주, 분위기는 단번에 뒤바뀌었습니다. 회사는 미사용 연차 수당의 정산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끝내 마지막 달의 성과급마저 깎겠다고 통보해왔고, 그 협상의 칼끝에 모욕감을 느낀 A씨는 마지막 출근일 오후에 자신의 손가락이 빚어낸 그 마법의 엑셀과 부속 매크로 파일들을 빠짐없이 휴지통으로 끌어다 비워버렸습니다. 며칠 뒤 회사가 그를 향해 들이민 카드는 다름 아닌 업무방해 형사 고소장이었습니다. 회사는 그 엑셀이 회사의 업무 시간에, 회사의 PC로, 회사의 데이터를 가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명백한 회사의 자산이라고 주장했고, A씨는 그것이 자신의 사적 시간과 사적 노하우의 산물이었다고 항변했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 사이에 거대한 협곡이 패였고, 그 협곡 위로 같은 처지에 처해본 적 있는 직장인 수십만 명이 자신의 입장을 투영해 가며 내려다보았습니다.
이 사건이 단순한 가십을 넘어 직장인 모두의 가슴 한복판을 두드리는 까닭은 명확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에는 한 명의 악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에게는 각자의 명분과 억울함이 있고, 양쪽 모두의 어딘가에 분명한 결함과 책임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이번 화에서 함께 들여다보고 싶은 것은 바로 그 협곡의 정체입니다. 왜 회사도, 직원도 한 사람의 머릿속과 한 대의 PC에 의지하는 그 위태로운 외줄 위에 서로의 운명을 함께 걸어두었던 것일까. 우리는 이 비극을 만들어낸 빌런을 어느 한 쪽이 아닌, 양쪽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신봉하던 잘못된 믿음 그 자체에서 찾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이들을 '사적 노하우 신봉자들'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사적 노하우 신봉자들의 사고 회로 안에는, 회사라는 공적 공간에서 벌어진 모든 노동의 산출물이 어느 순간 한 개인의 인격이나 손맛 위에 자연스럽게 얹혀버린다는 기이한 신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작은 늘 사소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업무를 조금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자투리 시간에 만들어 둔 보조 시트나 매크로 한 조각이, 점차 부서 전체의 핵심 동맥으로 자라납니다. 그 사이 회사는 한 번도 그 도구의 출생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않습니다. 누가 만든 것인지, 어디에 보관되는 것인지, 어떤 라이선스로 누구와 공유되어야 하는지 어느 누구도 명문화하지 않은 채 모두가 그것을 편하게 가져다 씁니다.
이 무지의 평화 속에서 양쪽은 동시에 같은 함정에 발을 들입니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손수 빚어 올린 마법이 자신의 인격과 분리되지 않는 신체의 일부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자신만의 스타일과 손맛이 곳곳에 새겨진 그 도구는, 회사가 발급한 월급의 대가라기보다 자신의 영혼이 스며든 사적 작품처럼 인식됩니다. 반대로 회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PC 위에서 자신의 데이터를 가공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 안에 만들어진 그 도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신의 자산이라고 무심하게 전제됩니다. 양쪽 모두 진지하게 책상 위에 그것을 올려놓고 정말 누구의 것인지를 함께 논의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 침묵의 동거가 가능했던 까닭은, 양쪽 모두에게 침묵이 단기적으로는 가장 달콤한 선택지였기 때문입니다. 직원에게는 자신의 마법이 자신을 대체 불가능하게 만들어준다는 안정감을 선사했고, 회사에는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한 명의 직원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쥐어짜 만들어내는 효율성을 무료로 향유할 수 있는 행운을 안겨주었습니다. 양쪽이 함께 짓고 함께 살았던 이 모래성은, 두 사람의 관계가 견고할 동안에는 더없이 따뜻한 둥지처럼 보였습니다.
이 사적 노하우의 신화는 어느 한쪽의 일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회사와 직원이 함께 빚어낸 합작품이며, 다음의 세 가지 형태로 조직 곳곳에 조용히 뿌리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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