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제록 (禁祭錄)] - 50화

세 개의 세력

by 돌부처

서치라이트의 눈부신 빛이, 폐공장의 어둠을 갈랐다.


먼지와 잿가루가 빛줄기 속에서 춤을 추었다.

세 개의 세력이, 이 기묘한 삼각형의 꼭짓점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어깨에 검은 화살이 박힌 채, 분노와 모멸감으로 가득 찬 왕.

부러진 팔의 고통을 씹어 삼키며, 희미한 희망을 본 파수꾼, 서화.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법의 집행자이자 경계를 보는 자, 최민준 형사.


“한지운 씨.”


최 형사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강철 같은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는 특수부대원들에게 손짓으로 경계 태세를 유지시킨 채, 천천히 왕에게 다가갔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절도 및 파손, 성심자애병원 붕괴 유발, 그리고… 수많은 살인 혐의로 당신을 체포합니다.”

“체포라.”


왕이 비웃었다. 그의 어깨에 박힌 검은 화살이,


스르륵


소리를 내며 저절로 뽑혀 나왔다. 화살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검은 흙으로 변해 바스러졌다.

화살이 박혔던 자리에서는 검붉은 피 대신, 검푸른 기운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벌레가, 감히 용을 잡겠다 하는군.”


그의 눈이, 최 형사의 손에 들린 나무패를 향했다.


“그 하찮은 나뭇조각이, 너의 무기인가.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이것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최 형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남색 빛 눈이, 왕의 검푸른 눈동자를 정면으로 꿰뚫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더 이상 이 땅에서 날뛰게 둘 수 없다는 사실이죠. 한지운 씨, 당신 안의 ‘그것’에게 전하십시오. 이 시대는, 당신들의 시대가 아니라고.”


‘저놈….’


왕의 머릿속에서, 한지운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저 형사는… 볼 수 있어. 당신을….’


“닥쳐라!”


왕은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하찮은 필부의 저항. 그리고 자신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또 다른 필부.

모든 것이 그의 심기를 거슬렀다.


“네놈에게, 왕의 분노를 보여주마.”


왕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변으로, 다시 검푸른 패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그의 분노는 온전히 집중되지 못하고,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한지운의 영혼이, 그의 힘을 안에서부터 좀먹고 있었다.


타타타타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특수부대원들이 일제히 발포했다.

총알이 아니었다. 은으로 만든 듯한, 끝에 작은 부적이 달린 특수 작살탄이었다.

지산이, 최 형사에게 알려준 유일한 대항 수단.

수십 개의 은빛 작살이, 왕을 향해 날아들었다.


“어리석은!”


왕의 패기가 작살들을 밀어냈지만, 몇몇은 그의 몸에 박혔다.


치이익-!


살이 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그의 기운을 어지럽히기에는 충분했다.


“크윽… 이 몸은…!”


왕이 비틀거렸다.

한지운의 필멸자 육체가, 신성한 은의 힘을 견뎌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입니다!”


서화가 절규하듯 외쳤다.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은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제압해!”


최 형사 역시 소리쳤다. 특수부대원들이 그물총과 전기충격기를 들고, 왕에게 달려들었다.

사방이 막혔다. 완벽한 포위망.


“이것이… 너희의 한계인가.”


왕이 피를 토하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좋다. 그렇다면, 모두 함께 사라져주마.”


그는 더 이상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심장, 한지운의 심장을 향해 스스로 손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잠들어 있던, 옥 매미의 저주를 강제로 폭주시키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광-!


왕의 몸에서, 검푸른 빛이 태양처럼 폭발했다. 그것은 패기가 아니었다.

순수한 파괴. 공간 자체를 붕괴시키는, 자폭에 가까운 힘이었다.

공장의 바닥이 갈라지고, 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 피해!”


최 형사가 대원들을 이끌고, 헬리콥터의 로프를 향해 몸을 던졌다.

서화는 무너지는 기계 더미 아래에 깔려, 정신을 잃었다.

빛이 모든 것을 삼켰다.


얼마나 지났을까.

폭발이 멎었을 때, 폐제지공장은 거대한 싱크홀처럼 변해 있었다.

그 중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왕도, 서화도. 모든 것이 사라졌다.


“팀장님… 생존자는… 없습니다.”


무전기에서, 절망적인 보고가 흘러나왔다.


최민준 형사는 무너진 공장의 잔해를, 망연히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風’ 자 나무패가, 온기를 잃고 차갑게 식어 있었다.

끝난 것인가. 아니. 그의 감(感)이, 그의 영혼이 속삭이고 있었다.


이것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의 시선이, 싱크홀 너머. 어둠에 잠긴 서울의 심장부, 청계천 방향을 향했다.

그곳에서, 아주 희미하지만.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어둠이.

새로운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꿈틀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