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의적 프리랜서

누군가가 가진 삶의 형태

by 녹산

회사에 매여있는 당신, 프리랜서가 부러웠던 적이 있는가?

자유로워 보이고, 일하는 만큼 벌고. 그렇다면 그 부러움 잠시 접어두어도 좋겠다. 이들의 몸짓이 자유로워보일때 잠깐만 바라보자. 그저 바닥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파닥이는 날개짓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들은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찾는 방랑자고 나그네이며, 여러 라이프 스타일 중에 하나일 뿐이다.

늘 깨어있으셔야 합니다. 네? 권장이 아닌데요. 진짠데요.

필자와 같은 사람들에겐 선택사항이 아니다. 필자가 프리랜서로 지낸지는 6년이 됐다. 간간히 회사에 다니려고 시도하긴 했지만 다 합쳐봐야 수년이 되지 못한다.

구제불능으로 들리겠지만 회사란, 필자에게 지옥과 동일했다. 성향 탓에 회사를 다닐 수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게 나였고,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솔직하게, 이렇게 살아갈거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


현재는 클라이언트에게 평판이 좋지만 과거에는 아니었다. 일 때문이 아니었다. 늘 사람이 문제였다. 불필요한 과정과 비효율적인 의례, 무의미한 시간, 교류, 회식 등 (필자는 술을 조금도 마시지 못한다.) 괜찮다고 하지만 사실은 따르지 않으면 괜찮지 않은 것들. 손톱 밑에 가시에 박힌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남들은 그러려니 하는 사건들이 심한 고통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하필 나였다. 스트레스성 원형 탈모로 머리가 죄다 빠질 정도였다.


필자는 능력이 없진 않다고 생각한다. 상위 1%는 아니어도 5% 정도는 된다. 일을 빠르게 처리했기때문에 같은 일을 받아도 늘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하면, 남들이 야근할때 먼저 퇴근했다. 추가적인 일을 달라고 몇번 요청해도 이미 진행중인 업무를 나에게 줄 수는 없었다. 받아낸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일을 빼앗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네번째 회사는 제법 배울 점이 있어보였다. 안착하려고 했지만, 여기서도 사내 정치질과 괴롭힘은 예외가 아니었다. 일부러 기를 죽이기 위해 불가능한 업무(만져본 적 없는 프로그램 업무를 위임)를 시켰는데, 매번 야근을 해서라도 기를 쓰고 처리했다. 업무는 나의 프라이드였다. 그래도 그나마 나았다. 두번째 회사에서는 난생 처음으로 컴퓨터 조립까지 시켰었다. (헌데 실제로 해냈다. 오기란 좋은 원동력이다.)

필자는 괴롭힘에 있어서 지나치게 성실하게 대응했다. 자존심 꺾고 악의 가득한 상대를 달랠 가치는 없어보였고, 일은 적어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친목이나 딴 짓을 안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빨리 배웠고 혼자서도 빠르게 알아서 했다. 상사의 도움이 필요가 없었고, 모두의 목적이 같은 지향점인 '훌륭한 결과물'에 있다고 생각했기에 지적하는데 거침이 없었고, 문제가 생기면 덮기보단 파내면서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성가시게 굴었고, 일처리를 최대한 생산적이고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발견하면 신이 나서 주변에 알려주고 다녔다. 어찌보면 단순히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결론은,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거니와 애초에 의례적 친목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 일 외의 잡담을 하지 않았다. 왜 회사 생활이 순탄치 않았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리라.


회사 생활은 일만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조금은 여우처럼 굴고, 일을 하다가 잠깐씩 쉬면서 시간을 보내고 소셜 능력도 있어야 하고 눈치를 볼 줄도 알아야한다. 그런 기본적인 능력이 나에겐 부재하는 것 같았다. 그런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하는거 자체가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일은 내게 전혀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난 정치질에 무력한 타입이다. 굳이 무가치하고 추하게 싸워야할 의지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내 편인 사람이 있더라도 악의를 가진 사람들만큼 적극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결국 말로가 좋지 않기 마련이었다.


집단의 심기를 거스르고 미움을 사는건 이직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셈이다. 내가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프리랜서는 특정 소규모 고객층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불규칙적인 소규모 건수를 따낸다. 모든 일을 내가 따내야하고 필요한 기기도, 물품도, 프로그램도 전부 내 돈으로 결제를 해야한다. 거기다가 일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이미지 관리도 계속해야 하니 절대 자유가 아니다. 현재 나는 진지하게 자영업으로의 전환을 고려할 정도로 이 바닥의 생리에 지쳤다. 그러나 섣부를 수는 없다. 지금의 생활이 내게는 회사 생활보다 맞는건 사실이기 때문에.


각설하고, 당신이 사회적인 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라면, 워라밸 확실하고 연봉 좋고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는게 제일 좋지 않겠는가? 대략 이런 이유로, 금전적으로 지원을 기대할 곳이 없는 사람이라면 1인 프리랜서 생활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프리랜서로 월 천을 벌어도 보고 0이 더 하나 빠진 월 백도 벌어보고, 정말 손가락만 쪽쪽 빨아본 적도 있다. 이 탓에 없던 불안증도 생기고 일 중독도 생기고, 번아웃도 왔다. 은행에서 대출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이는 프리랜서 생활을 유지하는 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잦은 시행착오 끝에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섰고 급여가 일반적인 수준보다는 많긴 하지만, 현재는 딱히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다. 분명한건 내가 바라는 모습과 거리가 있다.


그렇기에 여기에 앞으로 내가 점점 이상향을 향해 올라가는 과정을 기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