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회사

프리랜서에서 자영업의 길로

by 녹산

첫 글을 쓴지 약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1인 프리랜서였고 앞으로도 그럴 줄 알았다.


얼마 되지 않아 작은 회사를 차렸다. 겨울쯤엔 무리해서 (난 주로 재택을 하기에, 직원 혼자 쓰는 곳임에도) 뷰 좋은 통유리 사무실을 계약했다. 직원 한명과, 프리랜서 대여섯명과 함께 빠르게 자리 잡았다. 4대 보험과 세금 처리도 처음 해보고, 정신이 하나도 없던 시간들이었다. 일은 많아지고 굴리는 게 많아졌는데 프리랜서로 지내던 시절보다 총매출이 늘어도 내 수입 자체가 많이 적어졌다.


일 외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암 수술도 하고, 수술 중 감염으로 패혈증 직전 증상까지 겪었다. 아무튼 2차 동위원소 치료까지 무사히 마쳤고 스무살 중반에 평생 갑상선 약을 먹어야하는 신세가 되며 스무살 후반이 되었다. 코로나를 두세번이나 걸리고, 현재는 난생 처음 겪는 장염에 시달리고 있다.


사업을 하니 운영비용으로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프로그램비, 관리비, 전기세, 장비 구입 및 업그레이드 비용, 직원 월급, 보험료, 강의료, 기타 등등. 장비 하나면 삼사백 우습게 나간다. 강의료도 삼십이 넘고, 보험료는 때가 되면 불안해질만큼 많이 나온다. 이때문에, 이전보다 자리를 잡았음에도 쪼들린다. 버는 만큼 나갈데가 생긴다.

IMG_8875.jpg 작년, 처음 사무실에 갔을때.

어찌할까 고민했다. 아직 매출이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분수에 맞게 운영을 하며 천천히 키우기로 마음 먹었다. 올해 마무리로, 무리해서 계약한 사무실을 더 저렴한 곳으로 옮기고, 내년 3월에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도 빼서 저렴한 곳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다시 1인 프리랜서로 돌아갈 수도 없고, 후회하지도 않는다. 안정성도 얻었고, 소속감도 있으며, 더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게 되었으니 내 수입이야 약간 희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정진하고자 마음 먹어본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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