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강원 지역에서도 많은 민간인 학살이 있었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진실규명 요구의 목소리가 현저히 적었다. 실제로 과거 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청구를 받았지만 신청 건수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선 수도권을 비롯한 경기 지역의 급속한 발전과 팽창을 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건 현장의 흔적은 빠르게 지워졌고 주민들의 이주와 유입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같은 지역에서 계속 가까이 살아온 타 지역에 비해 진실 규명의 목소리를 모으기가 어려웠다.
경기도와 달리 강원도는 산간이 많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주민들 간의 교류에 한계가 있었다. 거기에 강원도 일부 지역은 한국전쟁 전까지 북한 지역이었다. 이런 이유로 강원도에는 제대로 된 유족회도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이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지 못했다. 정황은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 확인과 검증을 거치지 않은 내용을 담는 것이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홍제리 처형 언덕처럼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없거나, 전해지는 이야기는 있지만 정확한 사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곳들은 제외해야 했다. 또한, 횡성의 최초 학살 장소처럼 최근에야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은 최초의 민간인 학살이 일어난 곳이며, 민간인 학살이 전선의 이동 경로에 따라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 권력에서부터 내려온 명령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도 확인시켜 준다. 더 늦기 전에 이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진실 규명과 현장 확인 작업이 진행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