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년8개월은 너무 가볍다'…법조계가 제시한 김건희 합리적 판결
'공동정범 아니면 무죄'라는 이분법을 넘어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이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는 순간, 법정 안팎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야당은 "법 상식에 벗어난 판결"이라 분노했고, 여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법조계에서도 "양형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과 "엄격한 법리 적용"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구형한 징역 15년의 9분의 1에 불과한 이번 판결.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8억 원 부당이득)과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2억7000만 원 상당) 등 핵심 의혹이 모두 무죄 처리됐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통일교로부터 받은 고가 선물 일부만 유죄로 인정했다.
과연 이 판결은 법리적으로 타당한가? 아니면 지나치게 소극적인 해석인가? 법조계 전문가들과 함께 원심 판결의 쟁점을 재검토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봤다.
■ 쟁점 1: '공동정범'이 안 되면 정말 무죄인가
재판부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시세조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일반적인 경우보다 2배 높은 40% 수수료를 약속한 점, 통화 녹음을 과도하게 우려한 점, 수사기관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등이 근거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작전세력과 의사연락이나 역할분담이 없었다"며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법리적으로 수긍할 만하다. 공동정범은 명시적·묵시적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필요한데, 김 여사가 작전세력과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논의한 증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췄다는 게 문제다.
형법학의 기본 원리에 따르면, 공동정범(정범)과 방조범(공범)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공동정범이 아니더라도, 범죄를 인식하면서 이를 용이하게 한 행위는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실제로 김 여사가 한 행위를 보자:
① 자신의 증권계좌를 작전세력에게 제공
② 블랙펄인베스트에 20억 원 자금 제공 (기존 판결에서 이 자금이 주가조작에 사용됐다고 인정)
③ 시세조종을 인식하면서도 거래 지속
이는 주가조작을 "물리적·경제적으로 가능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례(2015도6809)도 "주가조작을 인식하면서 자금이나 계좌를 제공한 이른바 '전주'는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같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전주 손모씨가 방조범으로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다. 김 여사의 행위가 손씨보다 경미하다고 볼 수 있을까?
2021년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김태훈 대전고검장이 "부당한 판결"이라고 즉각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검찰 내부망에 "권오수 등 기존 판결에서 김건희는 다수의 통정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됐다"며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입을 모은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방조 혐의를 인정했을 가능성이 큰데 특검이 방조 혐의를 같이 걸지 않았다"며 "항소심에서라도 공소사실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조범으로 인정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의 형량은 통상 징역 2~3년 수준이다. 원심의 전면 무죄와는 차원이 다른 결과다.
■ 쟁점 2: 윤석열 부부의 '직접 통화'도 증거가 안 되나
명태균 관련 의혹도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명씨 스스로의 정치적 성향에 기인한 자발적 동기"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명씨를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망상적인 사람"으로 평가하며, 그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명씨가 아무리 '망상적'이라 해도, 객관적인 녹음 증거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2022년 5월 9일, 공개된 통화 내용을 다시 보자:
- 윤석열: "내가 김영선을 해줘라 그랬는데", "내가 윤상현이한테 한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
- 김건희: "당선인이 지금 전화를 했는데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밀으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윤상현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공관위 회의에서 느닷없이 지역 연고가 없는 김영선 전 의원의 여성 공천을 강하게 주장했다. 공관위원들이 "창원에 김영선이 공천 받으면 시장 선거도 망칠 수 있다"며 반발했지만, 결국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이것이 '우연'일까? 아니면 '인과관계가 명백한 개입'일까?
재판부는 "공천심사위원회의 토론과 투표로 결정된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형식적 절차만 본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직접적 개입 → 윤상현의 태도 변화 → 공천 결과라는 일련의 흐름은 너무나 명확하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나 명씨도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해야 할 돈으로 인식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재판부가 공천개입 의혹을 소극적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자금법은 "정해진 방법 외의 정치자금 기부·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가 대선 후보를 위한 정치활동 지원이고, 이에 대한 대가로 공천 개입이 이뤄졌다면, 이는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김 여사의 역할이 윤 전 대통령보다 종속적이었다 해도, 최소한 방조범 수준의 책임은 인정되어야 한다. 형량은 통상 징역 1년6개월~2년 수준이다.
■ 쟁점 3: 대통령 배우자에게 일반인과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하나
통일교 금품 수수에 대한 원심의 유죄 판결은 대체로 타당하다. 재판부가 선고문에서 '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를 인용하며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질타한 것도 적절하다.
하지만 양형이 문제다. 원심은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는데, 이는 '대통령 배우자'라는 특수한 지위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보기 어렵다.
김 여사는 사인(私人)이 아니었다. 영부인으로서:
① 일반인이 할 수 없는 수준의 권력 행사가 가능했고
② 대통령과 함께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였으며
③ 일반인보다 더 높은 도덕적 의무를 짊어져야 했다
재판부도 "영부인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징적 존재"라고 했지만, 정작 양형에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김 여사가 주변인들(유경옥 전 행정관 등)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불리한 양형 사유"라고 지적했지만, 이 역시 충분히 가중되지 않았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알선수재 양형은 일반 사건이면 이해하지만, 대통령 배우자라는 사건의 성격에 비춰봤을 때 낮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합리적인 양형은 어느 수준인가
그렇다면 합리적인 형량은 어느 정도일까?
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은 과도하다. 실제로 유죄로 인정 가능한 범위와 기존 양형 기준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그러나 원심의 징역 1년 8개월 역시 지나치게 관대하다. 범죄의 중대성과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특수한 책임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법리와 양형 기준을 종합하면:
- 도이치모터스 방조: 징역 2년
- 명태균 정치자금법 위반 방조: 징역 1년 6개월
- 통일교 알선수재: 징역 2년
형법상 경합범 가중 원칙(가장 중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을 적용하면, 징역 3~5년이 합리적 범위다.
여기에 불리한 정상을 고려하면:
- 대통령 배우자로서 특수한 지위 악용
- 범죄의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큼 (비상계엄의 간접적 원인)
- 진정한 반성보다는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
- 주변인들에게 거짓 진술 강요
반면 유리한 정상은 제한적이다:
- 처벌 전력 없음
- 일부 혐의에서는 종속적 역할
이를 종합하면, **징역 5년** 정도가 법리와 국민 정서를 모두 고려한 합리적 수준으로 보인다.
■ 법원은 왜 소극적으로 판단했나
그렇다면 왜 재판부는 이처럼 소극적으로 판단했을까?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한 과도한 적용이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는 것은 원칙이지만, 명백한 정황 증거까지 무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둘째, '검찰 견제' 의식일 수 있다. 특검팀의 징역 15년 구형을 "법정 최고형도 부족하다"는 표현까지 곁들여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정치적 부담'이다. 전직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중형 선고는 사법부에도 큰 부담이다. 보수적으로 판단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넷째, 특검의 '기소 전략 실패'도 한몫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방조범 혐의를 추가하지 않은 것은 치명적 실책이었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공소장 변경을 권유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 이 판결이 남긴 것들
이번 판결은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첫째, **권력자와 그 가족에게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는가?** 같은 사건의 전주 손모씨는 방조범으로 처벌받았는데, 더 핵심적 위치에 있던 김 여사는 무죄를 받았다. 이것이 정의로운가?
둘째, **정황 증거는 얼마나 명확해야 유죄인가?** 윤석열 부부의 직접 통화와 공천 결과의 시간적 인과관계만으로는 부족한가? 그렇다면 권력형 범죄는 대부분 처벌할 수 없다.
셋째, **사법부는 국민의 법 감정을 얼마나 존중해야 하는가?** 법원이 법리에만 매몰돼 국민 상식과 너무 동떨어진 판결을 하면, 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김태훈 고검장의 비판은 단순한 검찰 내부의 불만이 아니다. 그것은 "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다.
■ 항소심에 거는 기대
특검팀은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심 재판에서는 다음 사항들이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
1. **도이치모터스 방조범 혐의 추가**: 공소장 변경을 통해 방조범 법리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2. **명태균 정황 증거의 종합 판단**: 녹음 증거와 공천 결과를 개별적이 아닌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3. **대통령 배우자 양형 기준 확립**: 일반인과 다른 가중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4. **방조범 vs 공동정범 법리 정리**: 이번 판결을 계기로 권력형 범죄에서 방조범 법리를 어떻게 적용할지 판례를 정립해야 한다.
법원은 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법을 너무 형식적으로만 해석하면, 오히려 정의가 멀어진다.
항소심 재판부에게 묻고 싶다:
"공동정범이 아니면 정말 무죄입니까?
명백한 정황 증거도 직접 증거가 없으면 무용합니까?
대통령 배우자는 일반인과 똑같이 판단해야 합니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한국 사법부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