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사람들 3”

3화 〈누군가의 복귀가, 또 다른 누군가의 시작이 된다〉

by 라온리
p1.png

처음 서윤이 다시 코트에 섰을 때, 나는 그 순간을 오래 바라봤다.

공이 서윤 쪽으로 날아가자, 그녀는 잠깐 숨을 멈췄다.

아주 짧은 그 찰나,

나는 그녀의 눈빛에 수많은 기억이 스치는 걸 느꼈다.

부상, 재활, 그리고 끝없이 기다리던 시간들.

그리고 마침내

서윤은 조심스레 한 발 내딛었다.

그 한 걸음의 무게와 용기를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나 역시 같은 길을 지나왔으니까.

부상은 몸을 아프게 하지만, 더 두려운 건 마음이 상처받는 일이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근육보다 훨씬 늦게 돌아온다.

몸이 나아도, 마음이 먼저 낫는 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코트를, 그리고 공을 다시 믿게 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나는 서윤의 복귀를 그저 ‘컴백’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 순간은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세상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첫 장면이었다.

그녀가 다시 코트에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내 속 깊은 옛 상처도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복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이 된다.

경기가 끝난 뒤, 서윤은 벤치에 앉아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아직 완벽하진 않아요. 하지만 예전보다 행복해요.”


그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완벽’이 아니라 ‘행복’이라니


정말 온전히 회복한 사람의 이야기가 들렸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코트 위로 쏟아진 조명이 우리의 얼굴을 밝게 비췄다.

스코어가 어떻든, 그날 우리 둘은 충분히 이긴 셈이었다.

밤이 되고 체육관 불이 꺼진 뒤, 나는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매일같이 바닥 가까이에서 공을 받으며 깨달은 단 한 가지.

가장 낮은 자세로 서 있을 때, 비로소 가장 단단해진다는 것.

그리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오늘 내가 누군가의 복귀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다면,그건 내가 이미 여러 번, 다시 일어서 본 사람이기 때문이야.’



#다시뛰는사람들 #회복의서사 #복귀의용기 #브런치에세이 #서윤과가희 #스포츠멘탈 #성장의이야기 #다시시작하는사람들

작가의 이전글“다시 뛰는 사람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