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사람들 2”

2화 〈부상은 몸이 아니라 마음을 다치게 한다〉

by 라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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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은 그저 ‘몸이 다친 사건’쯤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알게 됐다. 진짜 상처는 근육이 아니라,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남는다는 걸.


복귀한 뒤에도 서윤은 예전처럼 뛸 수 없었다. 몸은 다 나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었다.

공이 높이 뜰 때마다, 무릎을 꺾이던 순간이 머릿속을 스치곤 했다.


“괜찮아, 이미 회복됐잖아.”


스스로 자꾸 다독였지만, 그 말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서윤의 몸은 다시 코트에 있었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병원 침대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코치가 말했다.

“서윤아, 넌 예전 같진 않아. 그런데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야.”

그 말이 처음엔 참 아프게 다가왔다.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이젠 네가 끝났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 말이 조금씩 다르게 들렸다.

‘예전 같지 않다’는 건,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제야 서윤은 조금씩 깨달았다. 더 높이 뛰는 대신, 더 깊이 바라보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리베로 가희는 그런 서윤을 가만히 바라봤다.

“부상은 몸보다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어. 근데 언젠가 마음이 먼저 나아가는 날이 올 거야.”

그 말에는 단순한 위로가 아닌, 경험에서 우러난 힘이 배어 있었다.

가희도 여러 번 코트에서 쓰러져본 사람이었다.

그때마다 울고, 다시 일어서고, 또 울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는 몸을 단련하러 코트에 나오는 게 아니야.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법을 배우는 거지.”


그 말은 서윤의 마음속 깊이 남았다. 다시 연습을 시작하면서, ‘다치지 않기 위해’가 아니라 ‘다시 즐겁게 뛰고 싶어서’ 라는 마음이 앞섰다.

부상은 많은 것을 빼앗아갔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안겨주기도 했다. 포기하지 않는 방법, 기다림의 의미, 그리고 자신을 다시 받아들이는 용기.


어느 날, 훈련을 마치고 서윤은 조용히 코트 한가운데 섰다. 불이 꺼진 체육관, 바닥에 굴러다니는 공 하나.

그녀는 천천히 공을 집어 들고, 가만히 미소지었다. ‘이젠 괜찮아. 내 마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부상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시련은 몸의 통증이 아니라,

다시 마음을 믿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그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부상은 몸보다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어. 근데 언젠가 마음이 먼저 나아가는 날이 올 거야.”.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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