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리베로의 존재 이유
관중의 눈은 언제나 네트 높이 그 위에 머문다.
화려하게 솟구친 스파이크, 손바닥에서 불꽃처럼 튀어 오르는 공격.
카메라도, 조명도, 환호도 그곳을 향한다.
하지만 경기는, 늘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먼저 무너진다.
그곳에 리베로가 있다.
리베로는 점프해도 득점할 수 없다.
스파이크는 물론, 블로킹조차 금지된 자리다.
오직 받기만 한다.
공격권을 만들어 주고, 흔들린 숨을 다시 고르게 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뒤로 물러난다.
공을 살려도 박수는 잠깐, 놓치면 원성은 길고 날카롭다.
성공은 ‘당연’이 되고, 실수는 ‘책임’이 된다.
어쩌면 이 자리는
그 누구보다 두려움을 많이 마주해야 하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한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리베로가 안정되면, 팀이 편안해진다.”
팀의 중심은 네트 위가 아니라 바닥에서 세워진다는 뜻일 것이다.
공이 떨어지기 전의 단 0.5초.
심장은 온 힘을 다해 뛰고,
시선은 오로지 한 점을 좇는다.
수비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흐름을 바꾸는 유일한 시작점이 된다.
한 번의 리시브는 어떤 스파이크보다 더 큰 스토리를 품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하나를 향하지만,
팀은 한 사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리베로는 누군가를 빛나게 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감추는 사람이다.
결승점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역전의 순간을 완성하는 것도 아니지만,그 한 점을 가능하게 만든 첫 사람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묻게 된다.
| 진짜 영웅은 누구일까?
| 화려함을 증명한 사람인가,
| 화려함을 가능하게 한 사람인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경기를 붙잡는 손이 있다.
그 손이 향하는 곳에 팀의 희망이 있다.
그곳에, 리베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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