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의 무게, 책임의 깊이

흔들림 속에서도 버티는 선수 '리베로'

by 라온리

경기장은 실수 앞에서 잔혹해진다.
누군가의 스파이크 실패는 다음에 다시!”로 넘어갈 수 있지만


리베로의 실수는 곧바로 실점이 된다.

그리고 그 한 점이 경기의 흐름을 꺾어버릴 때가 있다.


볼이 손끝에서 살짝 미끄러졌다.
그 짧은 순간, 전광판의 숫자는 냉정하게 바뀐다.
그와 동시에, 수천 쌍의 눈이 한 사람에게 향한다.


리베로는 늘 위기 속에서 뛴다.

리베로.팀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책임을 뒤집어쓰게 되는 자리.

안정될 때는 잊혔다가, 흐트러질 때만 기억된다. 승리를 결정짓는 영광은 거의 없지만, 패배를 결정짓는 실수는 손끝에 남는다.

한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강해야 하는 게 아니라, 약해진 순간을 먼저 버텨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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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의 싸움은 언제나 상대팀보다 더 거세다.
조금 전의 실수를 지워야 하고, 넘어온 다음 볼을 살려야 한다.

자책은 빠르게 찾아오고, 회복은 늘 늦게 온다.

그럼에도, 다시 무릎을 굽히는 것이 그들의 직업이다.

관중은 점수를 보지만, 리베로는 흐름을 본다.

감정이 흔들리기 전에 자신을 먼저 붙잡아야 한다.
심장이 요동쳐도 호흡은 잔잔해야 한다.


공 하나가 팀 전체의 리듬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의 순간조차 누군가에게는 훈련의 기록이 된다.
떨어진 공을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무는 그 표정 속에는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면 어떤 상대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 있다.

관중의 시선이 사라지고,
소리 없는 응시만 남을 때, 리베로는 마음속에서 다시 이렇게 외친다.


“다음 볼은 반드시 살려낸다.”


그리고 그 다짐 하나가 다시 팀을 일어서게 만든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리베로는 흔들림 속에서도 버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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