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트를 작성하는 것도 창작일까?

이선 몰릭, Co-Intelligence 를 읽고 든 생각들

by 명란

(트레바리에서 읽게 된 책입니다. 독후감을 작성하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아까워서 한국어 버전은 브런치에도 올려봐요.)


오랜만에 영어로 된 책을 읽었다. 확실히 최근에 나오는 (특히 테크 트렌드 관련된 책들은) 가볍고 빠르게 읽기 좋은 것 같다. 쉽게 쓰여 있어서 출퇴근길에 가볍게 읽으면서 food for thought으로 사용하기 좋은 책이었다.


인상깊었던 부분 먼저 얘기하자면, AGI 특성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나도 실무에서 ChatGPT나 Perplexity, 개발 스펙 기획서 작성하면서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내가 이걸 사용하는 방식 자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프롬프트는 어떻게 작성한다던가, 어떤 거에는 쓰지 않는 게 좋고 어떤 거에는 쓰기 좋다던가).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어떤 식으로 AI를 업무에 녹여내고 있지?를 한발짝 떨어져서 생각하고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다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바로 AI의 창작물에 관한 내용이었다...

AI를 통한 창작도 창작이냐? 라는 물음에 이던 몰릭은 완전히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는데, 아쉽지만 이 부분은 동의할 수 없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으나) 프롬프트를 파인튜닝하고 프롬프트를 작성하면서 고민하는 것도 “창작”의 일부로 볼 수 있고, 어느 정도 수고가 들어간다고 했던 것 같다.


그럼 AI 예술이 정말 예술인가? 모든 AI 아트가 아트가 아니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지브리풍” 일러스트, 미드저니가 만든 유화 등의 대부분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을 얘기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만든 저작물을 가지고 변형시켜서 예술을 만들면 그것은 저작권 침해인가? 예술로 인정될 수 있는가? 라는 controversy는 원래부터 존재해왔다. 그래서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콜라주 같은 차용미술/변용예술의 윤리적 판단은 보통 “fair use”라는 기준에 충족하는지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어떤 기준인지는 너무 길어서 여기서 다룰 것은 아니지만, 대략 이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용도 등을 고려한다.


그럼 왜 나는 지금 우리가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지브리 프사가 정당한 창작으로써 인정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예술을 하고 싶고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면, 적어도 한 번쯤은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그려보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살아 있는 존재가 가진 아름다움이고, 나이가 많든 적든 누구나 배워갈 수 있는 영역이다. 실제로 창작이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무언가를 배우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AI로 만든 결과물로 자신을 표현하려 드는 태도는—그 표현이 타인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 더욱—진심으로 창작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일이 아닐까.


창작은 결국 노력과 의지, 맥락을 담은 과정 전체를 포함하는 것이고, 그런 과정을 배제한 채 그럴듯한 ‘결과물’만 내세우는 행위는 스스로를 정당화하려는 게으름일 뿐이다. 결국 게으른 사람의 자기합리화일 뿐이라는 거다. 그 액션이 실제로 예술 생태계에 어떤 consequence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리고 자기가 마우스 클릭 하나로 만든 예술이 어떤 작가의 어떤 그림을 학습해서 만들어낸 것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로 결과물을 찍어내는 것은 창작이라고 부를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행동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순간, 우리는 그 자유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내 주먹을 휘두를 권리는, 그 주먹이 누군가의 코에 닿기 전까지만 존재한다'는 말처럼.


나는 이것이 AI 아트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제대로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업물이 무단 도용되어 학습에 쓰이는 상황을 마주하고, 일자리를 잃는다.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하면서 AI를 사용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윤리적인 고민 없이 모방하기만 하는 AI에 대해 “삶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소위 말하는 tech에 너무 빠져 있는 사람들은 기술 자체를 고도화하는 데 너무 심취해서 결국 우리가 그걸로 어떤 것을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고민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술을 개발할 때는 그것이 사회에 불러올 영향까지 고려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정확히 AI는 아니지만, 페이스북 알고리즘에서 10대 소녀가 selfie를 올렸다가 지우면 그걸 감지해서 beauty ad를 타겟팅해서 보여준다고 하더라. 바로 이런 것이 미야자키가 말한 삶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윤리적인 고민 없는 기술 발전은 있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그에 맞는 고민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


물론 나 역시 실무에서 적극적으로 AI를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도덕적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굿 플레이스라는 미드에서 나온 말인데(보진 않고 주워들음. 그런 맥락 아니라고요? 님 말이 맞습니다.), 현대 사회는 너무나도 복잡해져 있어서, 단순히 마트에서 토마토를 사는 것만으로도 지구 온난화와 환경 오염에 기여하는 등 온갖 죄를 짓게 된다고 한다는데 상당히 공감 가는 말이다.. 2025년에 it업계에서 일하면서 "윤리적으로 모호하기 때문에" ai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AI 사용이 수반하는 도덕적인 딜레마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육식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지만 2천원 싼 마트 달걀이 아니라 동물복지 달걀을 고르는 것처럼.

전재산을 구호재단에 기부할 수는 없지만 한 달에 5천 원이라도 쪼개 정기후원을 하는 것처럼.

이런 문제들을 항상 직시하고 고민하는 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작은 AI 사용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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