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한지 두 달이나 지나가는 것을 줄곧 인식하고는 있었다. 마지막 통화에 서로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상태였기 때문에 누가 더 화가 많이 났나... 대결이라도 하듯 서로 연락없이 시간만 자꾸 흐르고 있었다. 평소처럼 엄마가 먼저 전화를 걸어와 아무일 없었단듯 평범한 대화를 이어간다면 나는 또 늘 그렇듯 그 장단에 함께 할 생각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엄마가 먼저 전화를 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그것은 내게 큰 스트레스였지만 그렇다고 내가 먼저 전화하기는 또 싫었다.
싫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내가 먼저 전화를 해보자 매일 결심을 새로 하면서도... 미뤘다. 내일하자... 내일하자... 그렇게 시간만 자꾸 흘렀다. 덕분에 어깨가 늘 딱딱하게 뭉쳐져 있고, 자고 일어나 제일 먼저 생각나지는 것도, 웃을 일이 있어 신나게 웃다가도 이내 얼굴이 다시 굳어지고 마는 것도 엄마와의 통화가 맘에 걸려있는 탓이었다. 이대로 평소처럼 엄마에게 전화가 먼저 걸려오길 마냥 기다리기도, 상관없이 해피하게 내 일상을 이어갈 수도 없었다. 숙제 같은 이 일을 이대로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 오늘은 작정하고 내가 먼저 톡도 아니고 문자도 아니고 통화를 시도했다.
나 화났다... 싶은 예의 그 퉁명스러운 말투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어... 니가 먼저 우짠 일이고...? 반갑다거나 비꼬는 말투도 아니었다. 그냥 어제 통화하고 오늘 또 통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 전화를 받으셨다. 어쩌면 엄마 역시 맘 한 구석에 서로 감정 상한 딸과 어색해진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숙제가 계속 괴롭히고 있었으리라. 그러니 평소와 다르게 먼저 전화를 걸어 준 딸래미에 쪼끔 놀라기도 하셨을거고 고맙기도 하셨을것이다.
이런저런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야기가 또 그렇게 어색한 공기를 지워가며 자연스럽게 오가고... 그러다 대화 중간중간 아빠에 대한 불평이 본능처럼, 습관처럼 또 튀어나오려다 들어가고 꾹 삼키기도 하며... 지난번 통화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를 쓰시는것이 느껴졌다. 근래 임플란트 시술 때문에 혼자 병원 오가며 힘들고 외로우셨는지 왈칵... 울음끼도 섞였다 말았다... 했다.
참 못된 딸래미.
엄마가 하소연할데가 어딨다고. 하나 있는 딸에게도 말을 아끼게 만들었다. 지난번 통화도 엄마가 늘상 늘어놓는 아빠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이 너무 듣기싫어 조목조목 따지다가 결국 엄마 심정을 상하게 하고 말았으면서... 특별히 아빠를 더 사랑해서 아빠 흉 보는걸 참을 수 없는 것도 아니면서... 잠자코 좀 들어드리며 적당한 리액션도 쳐주고 내가 엄마맘을 다 안다며 공감도 좀 해주면서 속상했을 엄마 맘을 다독여 드렸었다면... 엄만 그냥 그렇게 나와의 그 통화로 위로가 되고 마음이 다 풀렸을것인데... 나이가 이쯤 되었어도 그게 그렇게 어렵다. 진짜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할 수 있으면서 용기를 못 내는 것인지, 해본적이 없어 할 줄 모르는것인지... 여태껏 그래왔던 것을 갑자기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아니, 생각이 없다기 보다... 뭐랄까... 어색하다. 불편하다. 아주 나중에 많이 울게 될걸 알면서도... 못하겠다.
시어머니에게는 의무적으로라도 안부전화를 수시로 드리고 억울한 말씀, 심정 상하는 말씀, 부당한 말씀... 막 하셔도 대꾸도 못하고 애써 웃어 넘기면서... 엄마는... 만만하고 막해도 되는 사람이냐고. 교회 권사님들한테 안부묻는 그 상냥함의 반만이라도 엄마에게 왜 못하냐고.
안다....
아는데...
안된다.
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