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먹자
"앗따... 곰서방이 엄청시리 잘 맥이나 보네. 야야~ 니 오늘 봉께 어깨가 떡~ 벌어졌따이...."
드디어 친정엄마에게도 내 몸매는 더 이상 사랑과 이해로 봐주기엔 무리였던 모양이다.
태어나 처음 엄마에게서 내 몸뚱아리에 대한 팩폭을 당했다.
결혼하고 25년을 지나는 동안 꾸준히 뽀득뽀득 살이 올랐는데 드디어는 만삭 때의 몸무게를 훨씬 넘어섰던 상태였을 때도 엄마는 항상 "그 정도는 돼야지. 거기서 더 마르몬 씨러진다. 딱 보기 좋다..."라고 하셨었다.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딸의 몸뚱아리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시는 엄마의 저 말씀이 내심 싫진 않았고 아마 내가 100킬로쯤 나간다 해도 엄마는 여전히 딱 보기 좋다고 하실꺼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엄마의 팩폭이 아니더라도 몸무게는 신경이 쓰인다. 단지 날씬한 몸매를 원해서 체중이 신경 쓰였던, 지금보다 젊었을 때의 그 신경쓰임은 오십 살이 넘어 버린 지금의 신경쓰임과 분명 다르다. 몸매? 그런 건 포기해 버린 지 오래되었고 몸매 따위 상관없이 그저 이 몸뚱아리로 건강한 중년과 노년을 위해서 체중 관리가 최우선이며 기본 중에 기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젊은 날의 나는 몸매에 비해 대식가였고 몸을 가만히 놔두는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조금 살이 붙는다 해도 금세 또 빠질 거라, 얼마간의 노력으로 조절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다 만사에 무기력해지고 의지도 체력도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갱년기를 맞았다. 몸의 모든 기능과 욕구가 다 쇠퇴했어도 식욕만은 펄펄 살아 아직도 성장기 청소년처럼 돌아서면 배가 고프니 배가 꺼질 틈이 없는 중이라 아주 문제다. 먹기 전부터 후회하고 먹으면서도 후회하고 다 먹고 난 뒤에도 후회하는 것을 미련스럽게 반복하는 중이다. 운동을 좀 해보겠다고 기세 좋게 덤벼들었다가 작심삼일로 끝나기도 하고 저녁을 좀 굶어보자 하여 잘 버티다가도 한 끼에 와르르~ 무너져 원래대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늘 둥그런 곰탱씨의 배를 못마땅해하며 운동 좀 하라고, 소파에 널부러져 있는 남편을 향해 마음껏 비난을 퍼부어 대던... 그래도 되는 권위(?)와 자격(?)이 있었던 지난날은 이제 없다.
남편하고 3킬로 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결혼하고 불어난 체중을 한탄하던 친구를 보며 남편 하고 30킬로나 차이나는 그때의 나는, 그 친구의 한탄이 무척 한심스럽기만 했었는데... 한심한 건 이제... 바로 내가 되었다.
운동하라고 달달 볶아대던 내가 소파 위아래에 곰탱씨랑 사이좋게 널브러져 나온 배만 쭈물거리고 있다. 볶아댈 자격과 권위는 이미 상실했다.
생각날 때마다 "우리 첫째는 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늘 만삭인 채로 인지...?" 당당하게 놀렸댔었는데
"우리 집에 애가 넷이 됐어. 자긴 언제 출산예정이야...?" 이제는 당당하게 놀림을 받는 중이다.
그러한 고로 우리 집엔 현재 첫째와 넷째가 만삭인 채로 몇 년째 출산 전이다.
자연에 둘러싸여 농사짓고 살겠다는 나의 꿈은 배가 이만큼이나 나와서는 택도 없을 것이다. 일단은 쭈그리고 앉아 뭔가 할 수가 없잖겠는가. 농사의 기본은 쭈그리고 앉기가 우선인 것을...
배에 힘을 주고 헙~!! 하고 숨을 들이마셔 참아본들 나온 배는 이제 감춰지지 않는다. 싸이즈를 업해서 바지를 또 살 순 없음이다.
조금 들 먹고 조금 더 움직이자. 시간을 정해놓고 운동이란 걸 꾸준히 해보자. 이제는 몸매 말고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어야 할 몸뚱아리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