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뺨에 굵은 장대비가 죽죽 내리고 있다. 새벽에 깨어 세수하다 보았던 것이 오전이 다 지나도록 여태도 선명히 내리고 있다. 환장하겠다. 탄력을 잃은 피부는 어쩔 수 없고... 골 파인 베개커버를 바꾸든지 해야겠다.
언젠가 미국의 유명한 여배우가 무릎 성형을 했다란 뉴스를 들었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연하의 남자 친구 때문인가... 싶으면서도 뭔 무릎까지 성형을 하는가... 유난이다... 싶었는데... 아... 이래서?? 무릎도 늙는다는 걸 이제 알았다.
저녁을 차려놓고 시간이 되었는데 왜 안 올라오냐고 곰식이를 다그쳤다. 저녁에 약속 있다고 일주일 전부터 말했었다는데 기억에 없다. 깜빡깜빡하는 엄마를 배려해 그 뒤로도 2~3차례 더 이야기했는데 또 잊으신 거냐고... 짜증을 낸다. 생각이 날듯 말 듯... 도대체 아들 녀석 말을 귓구녕으로 들은 건지... 콧구녕으로 들은 건지...
녀석의 짜증에는 엄마가 왜 저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한편 걱정의 맘도 반 이상은 담겼다는 걸 안다. 밥 먹고 왔냔 소리를 네 번이나 연이어 물어보시던 친정엄마에게 먹었다고 아까 말씀드렸잖아요~~오. 네 번째 물음에는 급기야 언성을 높이며 짜증을 냈던 내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그때는 엄마가 내 말을 흘려듣는단 생각에 짜증이 났고 저러다 치매가 오는 건 아닐까... 한편 근심스럽기도 했다.
선물 받은 육포가 유통기한이 한 달쯤 지나버렸다. 개별포장된 거니 괜찮겠거니... 입이 심심하던 차에 그냥 포장을 뜯어서 한 조각 꺼내 질겅질겅 아무렇지 않게 씹고 있었는데 마침 지 방에서 나온 곰돌이 녀석이 혼자 뭐 드시냐고 손에 든 육포 봉지를 뺏어 지 입에도 하나 쏠랑 넣고 질겅질겅 씹는다. 봉지를 들고 요리조리 살피던 녀석이 유통기한을 확인하더니... 대번에 인상을 쓰며 질색을 한다. 엄마는 유통기한 지난 걸 드시고 계시는거냐며... 모르고 드신 거냐 알고서도 드시는거냐며 따지더니... 싱크대로 가 대뜸 씹던 육포조각을 훽~ 뱉어낸다. 괜찮아... 안 죽어... 민망한 맘에 한 소리했더니 그러거나 말거나 손에 든 육포봉지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쳐 넣는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음료수나 과자 같은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다며... 괜찮다며... 가져가 먹으라고 싸주시던 시어머님이 생각났다. 그 앞에선 아무 말 못 하고 집에 가져왔으면서 어떻게 유통기한 지난 것들을 아들 손자 먹으라고 싸주실수가 있는건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유통기한 지난 그것들을 모조리 버리며 시어머님에 대한 저항? 반항? 같아 슬쩍 쾌감도 느꼈었는데...
그래... 나도 그랬다. 유통기한 지난 거 먹으면 죽는 줄 알았고. 큰 일 나는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어느새 유통기한 지난 것도 얼마쯤 별 거부감 없이 입에 처넣고 있는 내가... 왜 자연스럽지? 언제 이렇게 변했지? ...
유통기한에 민감한 아들 녀석의 맘도 유통기한에 둔감한 시어머님의 맘도 이제는 너무나 잘 알겠는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