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아들 방을 치우며

나라 지키던 시절 2023.04.27

by 갱구리

훈련소에서 3일째 아침을 맞았을 곰돌이 녀석의 방을 오늘에서야 대청소를 했다.

수시로 울컥거리고 저릿하게 애틋했던 맘도 오늘 녀석의 방에서 나온 먼지를 털다 순식간에 다 날아가버렸다. 언제부턴가 내 맘대로 지 방에 들어가 청소도 못하게 하기에 한숨 나오는 방구석 꼬라지를 보고도 제발 청소 좀 하라고 잔소리 한 두마디 하는걸로 자제를 해왔었는데 그래... 그동안 내가 너무 참았나보다.


멀티탭 구멍 사이사이 알차게도 내려앉은 먼지는 여차하면 불쏘시개로 써도 충분할 것 같고 수험생일때 썼던 문제집과 노트, 생각있어 모으는 중인건지 걍 방치를 해둔건지 알 수 없는 신발박스 몇 개, 입은건지 빨아놓은건지 구분없이 대충 개켜놓은 옷더미들, 이사할때 정리한다했더니 읽겠다고 두라고 굳이 말리더니 읽는 걸 본적이 없던 명작시리즈 책들, 친구들한테 선물 받은 등치 큰 인형들... 모두 예외없이 뽀얀 먼지를 둘러쓰고 있었다. 그런 먼지 많은 방에서 지 몸만 말끔하게 빠져나갔다 들어왔다 했던 거였다. 심지어 지 모습을 비춰보던 거울조차 먼지가 가득이다.


입대 전 날 아주 말끔하게 방을 청소하고 멀티탭의 전원도 모두 끄고 쓰레기봉지까지 다 치운 다음에 엄마에게 따라란~ 하고 뿌듯한 얼굴로 방을 보여주었던 곰식이와 달리 이 녀석은 잠시 외출했다 다시 들어올것처럼 정말 몸만 빠져나갔다.


늘 예민하고 맘에 안드는건 대번에 티가 나던 곰식이 녀석이 입대할 때 나는 참 걱정이 많았다. 유난히 깔끔쟁이에다 까다롭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녀석이 많은 사람들하고 먹고 자고 어울려 군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못참고 탈영이라도 하면 그땐 어쩌나... 애가 탔었다. 그러나 녀석은 그야말로 완벽한 군생활을 보내고 2주전 무사히 전역하였다.

그에비해 둥글둥글 성격 좋고 착하고 순한 곰돌이 녀석은 그런면에선 걱정이 좀 들하나 걸핏하면 부딪히고 넘어지는 덜렁이에다 이른바 일머리라곤 1도 없는 답답이라 실수가 잦아 민폐나 끼치진 않을런지 다른 의미로 좀 걱정이긴 하다.


... 장난감 총, 칼을 들고 지구를 지키던 나의 파워레인져 레드와 블루... 그 꼬맹이들이 어느새 커서 군대를 다녀오고, 또 입대를 하고... 나는 어느새 나이가 오십이나 되었지... 껄껄...


여하튼...

곰돌이의 군 생활도 존버, 무사전역 하길...!!

화이팅!!! 어미의 애끓는 응원을 보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