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던 시절 2023.04.25
곰돌이가 오늘 입대를 했다.
곰식이 입대하던 그날처럼 아침부터 날이 흐렸고 부슬부슬 비도 내리고 쌀쌀하기까지 했다.
새벽녘 잠이 깨선 한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 5시쯤 그냥 일어나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어제 빨아놓은 녀석의 신발끈을 다시 일일이 꽤면서 울렁이는 마음을 다잡았다.
8시쯤 일어난 녀석은 기껏 차린 아침밥을 안 먹겠단다. 겨우 달래 사과, 오렌지 몇 조각 먹이고선 10시 정각에 넷이 양주로 출발했다. 긴장한 탓인지 푹 자고 일어나지 못한 모양... 연신 하품을 해댔다.
전역한 지 이제 2주 된 곰식이도, 오늘 입대하는 곰돌이도 까까머리. 예비용사 두 명을 싣고 가는 것 같다고 농을 던졌더니 곰식이 녀석이 끔찍한 소리 마시라며 발끈했다.
가는 동안도 하늘은 흐렸는데 중간중간 빗줄기가 제법 쏟아지는 곳도 있었고 아예 오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일찍 서두른 탓에 11시 30분쯤 부대 근처 왕갈비 식당에 도착. 그냥 일찍 점심식사를 했다.
옆에서 전역한 지 2주 된 곰식이가 오늘 입대하러 가는 중인 곰돌이를 계속 놀려대며 실없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풀어주고 있어 중간중간 웃음도 터졌다. 형의 너스레 덕분인지 녀석 다행히 뜨끈한 갈비탕을 한 그릇 다 잘 먹어 주어 마음이 좋았다.
비가 내리는 탓에 교회 강당에 모두 모여 이후의 일정 등 세부순서를 듣고 앉았다가 1시 40분쯤 되자 훈련병들만 따로 2층 강당으로 올라가란 안내가 나왔다.
안 울려고 했지만 얼싸안으니 또 눈물이 막 났고 그렇게 한번 꼭 안아보는데 결국 녀석도 눈물이 살짝 아빠와 형아를 차례로 안아준 뒤 뒤도 한번 안 보고 그냥 올라가 버렸다. 이후 남은 가족들은 스크린으로 입영식 연습하는 걸 보게 되었는데 270여 명 되는 예비장병들이 쫙 대열해 서 있는 속에서 내 아들 찾느라 모두 기린 목이 되었다. 스크린을 비추는 카메라가 아들 근처를 지날 때마다 확대해서 얼굴 찍느라 더러 훌쩍훌쩍... 그렇게 간단한 예행연습을 마치고 10분 정도의 입소예식이 끝이 났다. 처음 해보는 것일 거수경례자세부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처음을 경험하게 될까... 안쓰럽고 애틋한 맘을 뒤로한 채 아이들만 거기 남겨두고 가족들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비가 내리는 그 훈련장 밖을 돌아 나오며 '곰돌아 우리 간다. 잘 견디고 있어 너만 두고 우린 간다....'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끝이 없이 흘렀다. 뒷좌석에 앉은 곰식이 놈이 계속 운다고 뭐라 하는 바람에 그리고 계속 떠들어대는 바람에 녀석이 입대한 날처럼 오는 내내 눈물바람은 안 했지만 집에 돌아오니 또 집 안이 텅~빈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렸다.
열어놓은 녀석의 방에 들어가 쌓인 먼지부터 좀 치우고 이불과 베갯잇을 걷어내고 노트북과 탭 키보드 마우스 등은 따로 챙겨 수건을 덮어놓았다. 불이 다 들어와 있는 멀티탭 다 일일이 끄고 창문 환기도 잠시 시켰다.
혹시나 엄마에게나 가족에게 남겨놓은 편지가 있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사다 준 편지지가 열려있길래 살짝 기대도 했었는데... 짜식... ;;; 쫌 서운하긴 하네...
온종일 정신없겠지? 낯설고 처음인 모든 장소와 사람들, 시키는 거 따라 하느라 얼마나 맘이 분주하고 정신없을까... 훈련소에서의 첫날 첫 저녁식사는 제대로 했을까...? 방 배정받은 동기들은 괜찮은 녀석들일까...
혹 곰식이처럼 첫날부터 불침번을 서게 되는 건 아닐까... 엄마 편지를 읽고 살짝 울진 않을까...
내일 아침 그야말로 멘붕이 오겠지...? 이제 시작이구나...!! 막막도 하겠지...?
코로나 때문에 곰식이때는 저런 입소식 행사도 없었고 수료식 행사도 없었는데... 새삼 그 모든 시간들 지나 내 옆에 와 있는 우리 장남이 기특하고 대견한 하루였기도 했다.
휴...
여하튼... 우리 곰돌이... 잘해 내길...
군 생활동안 우리 곰돌이 하나님께서 늘 지키시고 돌보시고 보호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긴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