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던 시절 2021.10.12
오늘...
드디어 곰식이가 입대를 했다.
학교 가는 곰돌이가 잘 다녀오란 인사를 하며 둘이 덥석 안고 등을 토닥거리는데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새벽부터 일어나 차렸지만, 별 반찬 없는 아침을 먹이고 9시쯤 논산으로 출발했다.
나도 남편도 녀석도 처음. 짧아진 녀석의 머리모양만 아니었다면 겉으로 보기엔 셋이 어디로 잠깐 여행 가는 중인 것도 같았다. 몸은 차 안에 실려서들 가고 있는데 영혼은 각자 어디 저 엄한 곳에 붕붕 떠 헤매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명랑한 척 서로 쓸데없는 말들을 마구 쏟아내다가도 이따금씩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 괜찮으시냐고 오히려 녀석이 내 걱정을 했다.
훈련소 근처 식당에서 점심으로 불고기정식을 먹었다. 많지도 않은 밥을 녀석은 반이나 남기고 먹질 못했다. 더 안 먹냔 말에 일부러 조금만 먹는 거라는데 담담한 척 해도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밥을 먹고 훈련소 주차장에 도착해서도 시간이 좀 남아 차 안에서 한 30여분 대기하는 중이었는데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자꾸만 입영대기소쪽으로 이동들을 하길래 우리 역시 그냥 차에서 내려 함께 그 이동하는 무리에 섞였다. 훈련소 근처에는 군에서 필요한 물품들 사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상인들부터 모여든 가족들, 예비장병들... 속속 들어오고 나가는 차들로 북적북적... 가뜩이나 없는 정신이 아주 쏙 빠질 정도로 혼잡스러웠다.
정문을 지나 얼마쯤 들어가니 지붕 있는 주차장에 비를 피해서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 안에서 장병들이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었고 사진 촬영은 못한다고 하며 코로나 시국이니 아들과 인사하고 보호자들은 얼른 돌아가시란 권유를 방송을 통해 계속 내보내고 있었다.
제법 굵은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입대하는 장병들은 대기실 안으로 우산을 들고 들어가지 못한대서 굳이 사진 않았다. 늘 차 안에 두 개쯤 있던 우산이 어째 오늘 같은 날 한 개도 없는지... 애를 비를 맞혀 들어가게 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오늘사 말고 쌀쌀한 날씨도. 나는 제대로 챙겨 입고 가놓고 왜 애한테 안에 반팔 하나라도 더 입으란 잔소리조차 안 했을까. 드디어는 재채기까지 한두 번 해대는 녀석을 보니 너무나 자책이 되었다. 멀리 정면에 보이는 다른 큰 건물로 이미 인사를 마친 아들들이 속속 들어가고 있었다.
곰식이 역시 그걸 보더니 엄마아빠를 한 번씩 얼싸안아주고 그 건물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녀석이 인사하고 돌아서서 휘적휘적 걸어 들어감과 동시에 줄줄 눈물이 흘러넘쳤다. 한동안 보지 못할 녀석의 뒷모습이 다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질 못했는데 중간에 딱 한번 뒤돌아보고서 손을 흔들어주곤 매정하게 그대로 들어가 버렸다. 녀석도 찔끔 눈물이 났겠지... 이제 진짜 시작이다 싶어 잔뜩 긴장한 채였겠지... 그 모든 게 다 섞인 채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애써 다독이며 그 건물을 들어섰겠지...
그렇게 그냥 어영부영... 맹숭맹숭 헤어져 돌아왔다. 더 한번 꽉 안아보고 들여보낼걸... 눈물이 자꾸 흘렀다.
차를 돌려 훈련소 정문을 스쳐지나 돌아오는데... 늦게 도착한 다른 가족들과 예비장병들로 정문 앞은 여전히 복잡 복잡했다. 너무 일찍 아들과 헤어져 돌아가는 것인가... 이제 우리는 집으로 가는데 녀석은 저 낯선 곳에 남아 이제부터 힘들겠구나... 가슴이 미어져 꺼이꺼이 눈물이 났다. 돌아오는 내내 남편과 잘 얘기하다가도 침묵... 또 생각나서 불쑥불쑥 울음이 터지곤 했다. 지금은 그저 걱정스럽고 불안하고 마음이 너무 아픈데... 녀석도 나도 시간이 갈수록 차차 진정이 될 테지. 미숙아로 태어나, 오늘 현역 1급으로 입대하게 해 주셨으니 전역하는 날까지도 하나님이 지켜주실 것이라 믿으며 자꾸만 울렁이는 마음을 다잡았다.
돌아와 녀석이 벗어놓고 간 엉덩이가 닳을 대로 닳은 회색반바지. 주야장천 입어 목이랑 팔이 늘어질 대로 늘어진 검정 반팔 티. 엄마 노트북 샀다고 선뜻 건네 놓고 간 동글이와 마우스. 떠나기 전 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은 녀석의 전용 물컵. 엄마 꽃 좋아한다고 입대 전날 사들고 들어 온 작은 화분까지... 새삼 눈물이 또 터졌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저녁은 입에 맞을까...
오늘 밤 잠은 잘 잘까...
어리바리... 낯설고 어렵고 긴장되고... 앞으로 얼마나 힘이 들까...
부디,
잘 견디고 감당해 내길... 이 모든 시간들이 아들의 인생에 좋은 밑거름이 되어주길...
건강하게 무탈하게 무사 전역하길 기도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