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아무나 하나

by 갱구리

별 기대 없이 도전한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을 받았던 그 순간.

그래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고, 벅찼고

당장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게 다다.


어른들 노는 판에 어쩌다 유치원생 꼬마가 끼어 어른인 척 흉내를 내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을 것이기에, 그래서 읽어보는 다른 작가들의 글들은... 하나같이 훌륭하고 감탄스럽다. 감히 라이킷을 누를 엄두도 내기 어렵다. 그 훌륭한 글솜씨들로 나를 잡아 놓고 끝까지 찾아 읽게 만든다. 이미지는 필수인가... 어디서 그렇게 적절하고도 이쁜 이미지들을 찾아다 붙여 놓는 것일까. 글을 하나 발행한다는 것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인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런 사람들이 써대는 무수한 글들 속에 마치 글로만 승부를 낼것처럼 이미지 하나 없이 하나마나한 주절거림 정도인 내가 쓰는 이까짓 글들이 정말 ""일 수 있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점점 더 글 쓰기가 어려워진다.


무슨 생각으로 나는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던 것일까...

브런치는 뭘 보고 나를 작가로 승인해 주었던 걸까...


일기 같은 글 몇 개 옮겨다 놓고 의기소침을 넘어서서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또 이렇게 여기까지가 그냥 끝일 것 같아서... 의욕이 꺾여 흐지부지... 이러고 말 것 같아서.


인생전반이 그렇다. 쉽게 포기한다. 뭔가 하나 시작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

오기도 없고 뚝심도 없고 끈기도 없다. 꾸준함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다.

그저 될 말한 일에, 내가 할 수 있을만한 일에만 욕심을 냈다가 맘대로 되지 않을 시 지레 포기한다.

그래서 이 나이가 됐어도 뭐 하나 성취해 놓은 것이 없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어제,

이 사이사이 치석이 쌓여 돌같이 굳어질 때까지도 치과 치료를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는 잇몸에 볼록~ 염증이

생기고야 말았는데 더이상 참기가 어려워지자 온갖 용기를 다 끌어모아 치과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다녀왔다. 오래 방치했던 만큼 치료는 아팠고 아픈 만큼 치석이 빠져나간 자리는 휑하고도 티나게 깨끗해졌다. 그 잠깐이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치료를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힘들게 오래도 버티고 살았는지...!! 나라에서 지원도 해주는데 1년에 한 번씩은 꼭 치료하시란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뭔가 하나 커다란 숙제를 해냈단 기분, 나 스스로가 대견해지는 기분으로 병원을 나섰다. 앞으로는 반드시 1년에 한 번씩은 꼭 들를 것이다는 다짐을 했지만... 알 수 없다. 또 한 5년쯤 뒤에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서야 그야말로 '' 깨러 들르게 될지도...;;


치석을 제거하러 5년 만에 치과에 다녀온 것이 이렇게 뿌듯할 일인지... 뭔가 해냈단 기분을 느낄 일인지...

여튼, 무서워서 미루기만 하던 커다란 숙제를 해냈단 생각에 어제, 오늘 계속 기분은 그저 좋은 채이다.

휑~해진 이 사이사이로 혀가 들락날락한다. 입속에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혀가 바쁘고, 흉내를 내더라도 일단은 써보자 싶어 기분 좋은 김에 몇 자 끄적이느라 오랜만에 펼친 노트북 위에 손가락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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