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옥상

by 갱구리

오늘은 바람이 제법 세다.

6월이지만 한낮 기온이 만만치 않아 일찌감치 차광막을 설치해 놓았더랬는데 덕분에 옥상 작물들도 나도 한낮 더위에도 숨을 쉬는 중이다.


조용하다가도 이따금씩 돌풍이 몰아친다. 덕분에 차광막이 세차게 위로 아래로 너울거리고 태양광 귀퉁이에 매단 비너가 챙챙~ 소리도 요란하다. 센 바람에 몹시도 시달리고 있는 차광막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거열형을 받고 있는 죄인 같단 생각이 스친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 팔,다리 모두 네 귀퉁이에 묶여 가만있고 싶어도 가만 두지 않는 바람을 그대로 상대하고 있는 베이지색 차광막. 환하고 이쁘나 몹시도 고단해 보인다.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아까부터 내 시선을 사로잡던 빨간색 파라솔. 역시 센바람에 정신 못 차리고 심하게 헤드뱅잉 중이다. 덕분에 천을 삐져나온 살대가 3개쯤 된다. 옆에 널어놓은 하얀색 이불도 저러다 날아가지 싶다.



차광막의 신세와는 별개로 태양광 그늘 아래 편히 앉은 내겐 그저 이 정도의 센 바람은 시원하고 반갑다. 좀 더 세게 불어도 괜찮을 것 같다. 눈을 감고 팔을 벌린 채 바람에게 날 치고 가라... 덤볐다. 기우뚱 의자가 고꾸라졌다. 얼굴에 더운 피가 쫙 퍼진다.


센 바람에도 파리는 날고 시꺼먼 러브버그가 암수 서로 정답게 붙어 유유히 벽을 기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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