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의 스릴러, 거기에 행동파 생태주의 열 스푼 첨가

<죽은 이의 뼈 위에서 쟁기를 끌어라>_올가 토카르추크

by 피킨무무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의 여성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2009년도 작이다. 심오하고 난해한 그녀의 작품 중에 비교적 대중적이며 장르물의 법칙을 충실하게 따른 <죽은 이의 뼈 위에서 쟁기를 끌어라>는 그녀의 세계관을 제쳐두고 보아도 잘 쓴 스릴러물로 손색이 없다.


서술자를 점성술에 빠진 60대 노년 여성으로 설정하여 오컬트물에 근접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배경이 주효한 역할을 한다. 폴란드와 체코의 국경이 맞닿은 사람이 살기 힘든 혹한의 고원은 인간이 만들어낸 현대화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자연이 지배하는 영역이며 폭설, 고립, 미스터리의 현장이다.


범행도구와 동기 역시 촘촘한 서사와 이야기 구조 속에 잘 배치되어 있다. 각 장 마다 오프닝을 장식했던 윌리엄 블레이크(영국의 생태주의 예술가)의 시들이 단순히 등장인물들이 블레이크의 시를 번역한다는 설정 때문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세계관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작가가 얼마나 이야기 구조를 영리하게 잘 짰는가에 감탄하게 된다.



"겨울 아침은 강철로 만들어진 듯 금속 같은 맛을 내며, 모서리가 날카롭다. 1월의 수요일 아침 7시, 세상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절실히 깨닫는다. 인간의 편안함이나 쾌락을 위해서 창조된 건 더더욱 아니다." p.168


반복되는 폴란드 고원의 혹한에 관련한 묘사나 오직 동물만이 등장하는 흑백의 판화 삽화를 통해 지구의 주인이 인간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오만과 교만을 짚어내는 작가는 인류는 자연이라는 커다란 유기체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임을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이러한 점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연상시키시도 하는데 책에서 다루는 내용 중 인류가 유일신의 등장시킴으로써 발생시킨 인권의 수직상승, 동시에 동물권의 급격한 추락은 등장인물 중 신부의 대사에서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동물을 인간 취급해선 안됩니다. 그것은 죄악이에요.(...) 하느님은 동물에게 인간을 섬기는 낮은 지위를 부여하셨습니다.(...)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고, 불멸의 존재도 아닙니다. 그들은 구원받지 못할 거에요. 부인 자신을 위해 기도하십시오." p.324



살인 사건의 진짜 배후가 누구였는지 밝혀지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범인의 담담한 고백이 등장인물 중 '잿빛작가'에게로 향한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행동파 작가 올가 투카르추크의 세계관에서 작가란 현재에서 미래로, 다음 세대에게 건내 줄 메시지를 작성하는 인물인 까닭이다. 아마도 '잿빛작가'는 올가 투카르추크 자신이 아니었을지, 범인이 폴란드와 체코의 국경선을 넘었듯이 그녀 역시 작품 속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어 들어가 범인의 고백을 듣고 그 메시지를 우리의 세상에 전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민감한 화두인 생태주의, 동물권 쟁취에 대한 소설 속 주인공의 투쟁은 우리 세계에서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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