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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May 24. 2024

위로와 응원의 또 다른 방식

<맡겨진 소녀>_클레어 키건, 다산북스






키건의 작품은 말이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수다스러운 책을 참 좋아하는데 키건의 작품은 반대로 과묵하다고 할까. 결말 역시 이 컷에서 끝낸다고?,같은 반응이 나오는 묘한 지점에서 자른다. 해석은 읽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둔 채.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엔딩에서 사랑과 희망을 느낄 수 있다. 그의 문장이 심플하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로 꽉꽉 차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아이가 많은 가난한 시골 농장의 집에서 태어나 거의 방임의 상태로 방치된 어린 소녀가 엄마의 출산준비로 인해 먼 친척의 집에 맡겨지면서 시작된다. 부모보다 더 부모 같은 킨셀라 부부와 함께 하며 그동안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방식을 배우는 소녀는 부부에게 점차 애정을 느낀다.


부부에게 일찍 사고로 죽은 아이가 있었다던지, 엄마의 해산 후 본가로 귀가해야 한다는 뒷이야기는 거의 클리셰에 가까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부하다기 보단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은 이 특유의 과묵함 때문이리라. 말보다 행동으로 다정함을 느끼게 하는 킨셀라 부부처럼.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 상황을 설명하지 않으면 안 돼. 자기표현이 서툰 아이에게 평소 로봇처럼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오늘은 그냥 한 번 안아줘야겠다. 때로는 과묵함이 그 어떤 말보다 위로와 응원이 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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