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킨무무 May 30. 2024

아름다운 역사 동화

<책과 노니는 집>_이영서, 문학동네







때는 조선 후기, 실학과 천주교의 유입으로 신분제의 근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필사가였던 아버지가 천주학쟁이로 몰려 매질을 당하고 그를 끝내 이기지 못하여 돌아가시자 홀로 남겨진 장이는 최서쾌의 밑으로 들어가 책방의 심부름꾼이 된다.

책심부름을 하면서도 필사에 대한 꿈을 지녔던 장이는 어느 날, 홍교리의 집으로 심부름을 나갔다가 책과 함께 최서쾌가 마음 써서 보낸 선물인 상아책갈피를 허궁제비에게 빼앗긴다. 엄한 최서쾌에게 혼날까 두려웠던 장이는 책갈피를 되찾으려거든 돈 오 전을 준비해오라는 허궁제비의 협박에 넘어간다.

기댈만한 어른이 없다고 생각한 장이는 홍교리와 최서쾌, 지물포 오씨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대신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을 품어주고 나아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어른들을 보면서 늘 혼자라 여겼던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는다.

재미있게 느꼈던 부분은 천주교박해로 위험에 처한 어른들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장이의 모습이었는데, 다시 말하면 어른을 구하는 것은 어린이이고, 마지막 장에서 이 어린이를 구하는 것은 다시 어른이다. 이렇듯 어른과 어린이의 협동과 화합은 동화가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외에도 무인도에 떨어뜨려 놓아도 잘 살 것 같은 낙심이의 총명함, 항시 마음을 헤아리라 가르친 최서쾌의 배려심, 홍교리의 책덕후로서의 면모 등 흥미로운 지점이 많으나 동시에 동화라는 한계가 있기에 캐릭터들이 악역과 선역으로 나누어져 다소 평면적이라는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당시의 복잡한 시대상을 버무려 이처럼 몰입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은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위로와 응원의 또 다른 방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