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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Jun 25. 2024

늙는다는 것에 대하여

<주름 지워진 기억>_파코 로카, 아름드리미디어






에밀리오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노인이다. 은행에서 20년을 근무했던 그는 점점 기억을 잃게 되면서 요양원에 들어오게 되었고 비슷한 상태의 노인들과 생활하면서 인지능력 또한 뚝뚝 떨어지게 된다.


독신노년남 미겔은 개중에 가장 정정한 캐릭터로 가여운 노인들에게서 삥을 뜯는(?) 괴팍한 노친네로 첫 등장한다. 평소 배우자도 자식도 필요없다, 인생은 독고다이!(?)를 외치는 그이지만 사실 요양원에서의 모든 인연을 가장 살뜰히 챙기는 사람도 그이다. 이렇게 에밀리오와 미겔을 중심으로 작품은 늙어감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요즈음 피할 수 없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하는 노화의 과정이건만 내 생각보다 더 비참하게 이지를 상실하는 노년의 모습들을 보면서 나의 상상은 폭풍우 속 한낱 물방울 하나에 불과했구나 싶다. 청춘이 빛나는 것은 그것이 금세 사라지고 마는 것이기 때문이라 했던가. 인간의 온 생 중에 고 잠깐의 청춘이 지나 늙고 바스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자신을 온전히 상실하는 슬픔은 피해 갔으면 한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작품 속에서 그 스스로를 잃어도 서로의 곁에 있어주는 마지막 장면이 슬프고도 아름답게 느껴졌다는 것.


사람에게는 사람이 전부구나. 지금, 이 순간의 청춘을, 그리고 곁에 있는 이를 더 소중히 하고 아껴야 할 이유가 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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