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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Jul 03. 2024

저스트 텐미닛, 작가의 팬이 되는 시간

<진화 신화>_김보영, 에디토리얼







<삼국사기>중 [고구려본기] 제 6대 태조대왕 실록의 몇 줄에서 작가는 이야기의 처음을 착안해낸다. 붉은 날개를 단 하얀 물고기, 뿔이 셋 달린 사슴, 꼬리가 긴 토끼, 자줏빛 노루, 꼬리없는 호랑이, 붉은 표범 등 나라의 쇄락을 상징하는 상서롭지 못한 동물의 등장으로부터 하나의 생에서 모든 생물의 진화과정을 거치는 인간의 이야기를 상상해낸 것이다.


"예부터 이르기를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 우리 몸의 세포는 매순간 계속 태어나고 죽어 간다. 혈관에서 피는 계속 만들어지고 사라지며, 오래된 세포는 죽고 그 자리를 새로운 세포가 메워 간다. 그러다 보면 이전에 자신의 몸을 구성하던 세포는 결국 하나도 남지 않는다. 그건 사람이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완전히 다른 생물이 된다는 뜻이다. 생물은 누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살아가는 도중에도 몇 번씩 죽고 다시 태어난다."p.20


이렇듯 진화의 과정이 수십만년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에서 몇 번이고 일어난다는 이 급진적인(?) 발상은 현대와 과거가 미묘하게 섞인 역사적 배경과 희한하게 '착붙'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sf적인 것이다. 말도 안되는 문장이지만 읽어보면 은근히 말되네, 할 걸? 10분이면 후루룩 읽을 수 있는 단편이니 꼭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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