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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Sep 07. 2024

슬픔을 해소하는 법

<기소영의 친구들>_정은주 창작동화, 사계절






제목 속 기소영은 작품에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미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작품은 남겨진 사람들이 충분한 애도의 과정을 거쳐 진정한 추모를 하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기소영의 친구들로 등장하는 네 인물들은 기소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제각기 다른 에피소드로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진다. 어른들의 여러 이유로 애도의 시간을 제대로 가지지 못한 그들은 그것을 함께 공유함으로서 기소영이라는 친구의 알지 못했던 면모를 확인하고 추억한다. 화자 채린이가 이 그룹에서 소영이와 가장 어설픈 친구관계였다는 설정이 이 과정에서 주효하게 작용한다.


친구의 죽음이라는 낯선 경험으로부터 슬픔은 봉인하는 것이 아니라 해소하는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본다면 이 작품을 성장소설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희생자들을 향한 슬픔을 봉인시키고 재빠르게 지우려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우리 사회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언제쯤 그들을 기소영의 친구들처럼 웃으며 보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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