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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Oct 19. 2024

해피 스마일 베어는 죽지 않아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_조예은, 안전가옥











"뼛가루만 남은 엄마는 야무시 공립 봉안당의 제일 왼쪽 맨 아래 칸에 들어갔다. 엄마가 들어있는 항아리를 보려면 허리를 숙이다 못해 그냥 주저앉아야 했다. 주저앉고도 고개를 한참 숙여야 했다. 엄마를 제대로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 자리는 너무 구석이었고, 눈에 띄지 않아 오가는 사람들이 발끝을 부딪히는 자리였다. 투명해야 할 유리에 늘 누군가의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눈높이가 맞고 채광이 좋은 자리은 비쌌다. 빌어먹게도. 범인이 죽음이 모두에게 평등하다고 말했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p.120

열 일곱 화영은 고급아파트에서 입주도우미로 일하던 엄마를 독극물 테러로 잃었다. 누군가 독극물을 주입한 꿀떡을 이사떡으로 분하여 같은 아파트의 불특정 다수에게 돌리고는 그 자신이 범행을 했음을 고백하고 자살해 버린 것. 문제는 엄마가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해 떡을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엄마의 진짜 사인은 무엇이며,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이야기는 지독한 어둠 속에서 길을 찾으려 분투하는 두 아이의 생존기다. 다소 키치한 컨셉이지만 캐릭터들의 서사와 잘 어울린다. "해피 스마일 베어는 죽지 않아."p.358 마지막 대사가 키치의 최고치인데(크크큭) 이러한 키치컨셉이 오히려 매력 포인트로 보인다. 단단한 심지의 소유자이자 복수의 화신 화영과 심지 약하고 우유부단한 미소년 도하의 케미도 깨나 좋다. 웹툰 읽는 듯한 느낌으로 후루룩 읽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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