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_줄리언 반스, 다산북스
내 머릿속에선 반전과 이야기의 짜임새, 구성으로 유명한 작가다. 작품은 닐이라는 한 남성의 철저한 1인칭 시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된다. 우리는 그의 눈과 입을 통해 그가 흠모한 엘리자베스 핀치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학생들을 사로잡는 우아하고도 단호한 말투를 가진, 신비스러움까지 느끼게 하는 의뭉스러운 여성이자 학자다. 그녀의 죽음 이후 그녀의 평전을 집필하게 된 은근하고도 열렬한 신자 닐은 그녀의 삶의 발자취를 쫒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1부에서는 신비로운 엘리자베스 핀치의 강의를, 2부에서는 그녀의 죽음 이후 그녀가 남긴 기록물에 경도된 듯한 닐이 그녀에게 바치는 율리아누스 평전을 위치시켜 놓았다.(그러나 그녀가 남긴 기록에 J가 율리아누스의 J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3부에서는 닐이 직접 그녀의 주변 인물들에게 연락하여 그녀의 삶을 조사하지만 결국 그녀의 강의 내용대로 세상의 모든 것은 불확실하고 어느 누구도 타인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한다.
사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는데 참고 끝까지 읽어야 진가를 발휘하는 책이다. 전체적인 구성과 짜임새가 훌륭하다. 인간의 세상에서 진실을 알 수 있는 자는 존재할 수 없다는, 아주 평범하고도 보편적인 메시지를 이런 식의 이야기로도 만들 수 있구나, 싶어 놀랍다.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고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다."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을 하면 "성격 상 자유롭고 방해가 없고 막힘이 없다." 반면 우리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일을 하면 "약해지고 속박되고 방해받는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를 인정해야만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다."p.234
"사실 사람들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본다. 뭐, 사람으로 살려면 자기 역사를 잘못 알아야 한다."p.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