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뭐야?

<30일의 밤>_블레이크 크라우치

by 피킨무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꿈이다.


신도, 인간도, 세계도, 태양과 달과 무수한 별도-꿈이다.


모두 한낱 꿈일 뿐, 실제 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빈 공간, 그리고 당신...뿐이다.


또한 당신은 당신이 아니다-당신은 육체도 피도 뼈도 없이,


그저 하나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마크 트웨인" p.141



어우, 흡입력 뭐야? 애들만 아니었으면 앉은자리에서 끝냈을 듯.


주인공 제이슨은 전도유망한 과학자였으나 여자친구의 때이른 임신으로 인해 연구를 포기하고 안정적 가정을 이루는 삶을 선택하여 대학 교수로 살아가고 있다. 평범하고 안온한 나날을 보내며 가끔 가지 않은 길(과학자로 성공하는 삶)을 곱씹는 그에게 예상치 못한 재난이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도래한다.



<미키7>, <미드나잇라이브러리>, 드라마 <로키>를 몽땅 섞은 후에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론 한 스푼 끼얹은, 게다가 흡입력, 몰입감 미친 수준.


sf 장르에서 멀티버스 세계관 이제 식상할 때도 되었다 싶은데 줄기차게 재미진 것은 인간의 삶에서 '선택과 후회'라는 테마가 본능과도 같은 보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는 상상.



게다가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실재하는 것인가? 장자의 말대로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이런 질문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재밌는 질문이잖아. 동일한 기억과 사상을 가졌다면 동일인인가, 이런 것은 <미키7>에서도 다루었던 것인데 여기선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된다. 결국 인생에서 내가 하는 선택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것.



조심하라, 당신 일상의 따분하다 싶은 평범한 행복이 다른 세계의 나에겐 미치도록 뺏고 싶은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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