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 언령마법 판타지의 세계

<어스시의 마법사>_ 어슐러 르 귄

by 피킨무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김춘수의 <꽃> 중에서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오르는 명명과 언령에 관한 고전적 판타지. 1990년대 한국에 판타지 붐이 일었을 때, 그땐 모든 판타지 책에 그 배경이 되는 대륙의 지도가 책 내지에 꼭 들어있었지, 크으, 추억이다. 이 책 역시 중간 즈음에 어스시의 지도가 붙어 있어 게드의 여행로를 눈으로 따라가며 주욱 훑어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주무대가 대륙이 아닌 섬들이라는 것.



소위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3대 판타지 문학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진짜 이름을 알아야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마법세계관이 흥미로우며 다른 작품과 달리 진중하고 어두운 분위기다. 결국 진짜 적은 또 다른 나이며, 문제회피보다는 직면하고 맞설 것을 제의하며 세상 모든 것은 상호보완적인 것이라는 보편적 철학을 깔고 담담하고 진지한 문체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긴장, 긴박감으로 인한 재미보다는 철학적 사유의 재미가 주를 이루며, 다루고 있는 주제의식을 보면 굳이 이 작품을 아동문학의 테두리에 한정하여 담아놓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말은 침묵 속에서만

빛은 어둠 속에서만

삶은 죽어감 속에만 있네.

텅 빈 하늘을 나는 매의 찬란함이여."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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