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불안과 공허를 파고드는 추리

<재수사>_장강명

by 피킨무무





"자동차가 주는 편익과 1년에 수천 명 규모의 인명 중에 현대사회는 명백히 전자를 택했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이며, 형사사법시스템은 그 가치를 수호한다.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는 대체로 정의롭고 또 인간의 생명도 중시하는 편이지만, 정의와 인명이 전부인 것은 아니며 늘 그것들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도 아니다."p.28


"세계에는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7억 명이 넘는다. 보통 사람이라도 구호단체를 통해 그들에게 돈을 보내는 방법은 아주 쉽다. 그러므로 내가 당장 필요하지 않은 최신형 스마트폰을 살 때 나는 명백히 선택을 하는 것이다. 사하라 남쪽에 사는 사함들 수백 명의 끼니보다 과시성 소비로 인한 나의 만족감이 더 중요하다는."p.182




22년 전 미제로 끝난 신촌 원룸 살인사건의 재수사가 시작된다. 피의자의 엘리베이터 씨씨티비 영상과 현장에 남은 DNA 자료가 존재하므로 범인 검거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 연지혜의 수사과정과 범인의 심리를 서술하는 챕터를 번갈아 배치하는 구조는 독자의 범인 추리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장점은 추리소설로의 진범 찾기보다는 범인의 자기 연민과 합리화에 동조해 가는 독자의 혼란함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요새 너무 많은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읽어서인지 몰라도 중반쯤 되자 범인을 알아채버렸다!


현대인은 모두 학살자이며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계몽주의는 허구이다, 범인의 유려한 말빨에 그것이 그저 범죄자의 심리적 불안에 기인한, 자기변명이자 궤변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알지만 들을수록 솔깃한 것은 현재의 우리가 가진 공허함과 불안 때문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해 오던 상식과 진리를 작가는 현대인의 불안의 틈새로 논파하며 공략한다. 그리고 우리는 작가가 잘 짜놓은 판 위에서 한바탕 혼돈한다.


어, 이거, 그럴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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