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위대하다

<인생의 역사>_신형철 시화집

by 피킨무무




문장이 간결하고 아름답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두리뭉실한 감상을 이렇게 적확하고 명료한 언어와 표현으로 집어낼 수 있는 작문력이 부럽다. 실린 시들은 모두 아름다우나 그중에 꼽자면 윤동주의 시가 마음에 가장 와닿았다.




나는 윤동주를 모른다. 아니, 안다. 교과서에서 그의 대표작을 외우고,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기독교적이며 자기 성찰적인 부끄러움의 정서를 배웠다. 이로써 나는 윤동주를 알고 있다 할 수 있을까?


윤동주는 젊은 나이에 저항시를 쓰고 그럼에도 그 환난의 시대에 시만 쓰는 자신을 내내 부끄러워했다. 이러한 부끄러움은 종종 세상을 바꿀 수 없는 자들의 허무와 탄식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온 간데없이 사라지고야 마는데 그의 부끄러움은 수줍고 겸손하게 그러나 기필코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아 내고야 만다. 그는 1945년 2월 16일에 광복을 보지 못하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쉽게 쓰여진 시> 중에서


신형철은 이 문장을 반대로 뒤집어 우리에게 읽어준다.


시는 쓰기 어렵다는데

인생이 이렇게 쉽게 살아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문학은 위대하다. 그것을 통하여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사는 자의 목소리를 듣게 하고, 우리로 하여금 오늘을 다시 살게 하기 때문이다. 역사적 시간의 흐름 안에서 보자면 나의 부침 없는 삶은 누군가의 고통 어린 삶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미래의 누군가를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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