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을 획득한 인간은 과연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수확자 scythe>_닐 셔스터먼
"사망 시대의 삶은 어땠을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열정이 가득했으리라. 신앙을 낳을 정도의 두려움. 고양감에 의미를 부여하는 절망. 그 시절에는 겨울도 더 춥고 여름도 더 더웠다고들 했다.
까마득한 미지의 하늘과 어둡게 감싸는 땅 사이에서의 삶은 눈부신 것이었겠지." p.59
"젊은이로서 나는 사망시대의 어리석음과 위선이 놀랍기만 하다. 그 시절에는 인간의 목숨을 끝내는 결단력 있는 행동이 가장 극악무도한 범죄로 여겨졌다.(...) 사망 시대의 인간은 얼마나 속이 좁고 위선적이었는지, 생명을 끝내는 자들을 혐오하면서도 자연은 사랑했다. 그 시절에는 태어난 모든 인간의 목숨을 다 앗아간 그 자연을 말이다. 자연은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자동적인 사형 선고라고 여겼고, 지독히도 한결같이 죽음을 가져왔다.
우리가 바꿨다.
우리는 이제 자연보다 큰 힘이다.
그런 이유에서 수확자들은 장엄한 산악 풍경처럼 사랑받고, 삼나무 숲처럼 숭배받으며, 다가오는 폭풍처런 공경받아 마땅하다."p.238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고유의 필멸성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죽음이 있기에 인간은 찰나의 삶을 불태워 시공간을 초월하는 불멸의 예술을 사랑한다. 헌데 그 필멸성이 사라진다면?
이 작품은 미래의 인류가 죽음을 극복한다면, 이라는 가정으로 시작된다. 재생과 회춘으로 영생을 얻게 된 그들에게 신은 무의미하다. 종교를 상실하였으나 선더헤드라는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이 신의 자리를 대신하며, 여느 신과 마찬가지로 세속에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지구라는 한정적 자원 속에 최적의 인류의 삶을 목표로 하는 계산만이 있을 진대, 그의 성경에 따르면 인구조절은 필수불가결이다. 그러므로 이를 위한 수확자라는 계급이 등장하는 것 역시 필연적이다. 그들은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가진 이들로서, 사망 시대의 인류 사망률과 비슷한 비율로 인류의 생명을 거두는 또 다른 이름의 신이다.
그러나 어쩌면 살인의 다른 이름일 뿐일 이 고귀한 임무를 맡은 수확자들 사이에서마저 진영을 가르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불멸을 획득한 인간은 과연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진득한 고찰을 끌어내는 SF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