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인간 쟤네들 살려, 말어?
<선더헤드>_ 닐 셔스터먼
"일부 사람들이 나의 포괄적인 행동 관찰에 보이는 저항감에 나도 주춤할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침범하지 않는다.(...) 오랜 역사 동안 대부분의 신앙은 인간이 하는 일만 보는 게 아니라 영혼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를 믿었다. 그런 주시 능력에 대한 믿음은 사람들의 큰 사랑과 헌신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나는 그런 신들보다 명확히 더 자애롭지 않은가? 나는 홍수를 일으킨 적도 없고, 부당한 행위를 했다고 도시를 파괴한 적도 없다. 나의 이름으로 정복하라며 군대를 보내지도 않았다. 정확히는 인간을 단 한 명도 죽이거나 해친 적이 없다.
그러니 내가 헌신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자격은 있지 않을까?"p.183
필멸을 극복한 인류의 미래, 선더헤드는 클라우드의 진화체로 인류 최적화를 위해 봉사하는 전지전능에 가까워지고 있는 진행형의, 새로운 이름의 신이다. 전편 <수확자>의 경우, 인류의 사망률을 유지하기 위한 고매한 집단으로 등장하는 수확자들의 인간적 고뇌를 다루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선더헤드의 눈으로 바라보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발 떨어져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를 보는듯한 자애로운 신 선더헤드는 인류의 역사에 직접적 개입은 삼간다. 우리 현실의 잔혹한 신은 인류가 멸망한다 해도 아마 아랑곳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류를 사랑하는 자애로운 신 선더헤드의 경우는 좀 다를 것이다. 타락을 목전에 둔 인류사의 기로에서 미래의 신은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
"재생한 후에 그 생명으로 무엇을 할지는, 언제나 그렇듯 본인들에게 달려 있다. 사망에서 돌아온 경험이 사람을 지혜롭게 만들고, 자신들의 삶을 제대로 바라보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가끔 그런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통찰은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에는 그런 깨달음도 그들의 사망상태만큼이나 일시적이다."p.104
불사를 얻으면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재생과 회춘의 자유는 삶을 소모품으로 만든다. 죽음은 끝이 아니기에 유희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반대로 삶을 더 경건하게 유지하고 일부러 고통을 겪는 자들도 존재한다. 죽음을 지나쳐가는 통과점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이래서 인간이 재밌다, 흥미진진하네.